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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Fly Dec 14. 2018

3. 오늘의 소확행

다이어트인의 치열함

대다수가 그렇듯이 나 또한 다이어트를 평생 달고 산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편이기에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날이면 10시가 넘어서 너무도 행복하게 야식을 먹었으면 그만이건만, 다음날 부은 눈 때문에 괴로워한다. 살이 찌면 자연히 몸이 힘들어지기에 운동도 하려고 애쓴다. 운동이라 봤자 1시간 남짓 걷는 거지만.  그래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는 어렸을 때는 엄청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운동의 유무의 격차는 눈에 띄지 않고 저녁 7시 이후의 음식 섭취 유무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즉, 운동의 의미는 점점 바래지고 안 먹는 게 장땡이라는 마음으로 버티니 살은 빠지지만 기초대사량은 매우 낮다.


그래서 지난여름에 작정하고 몸무게를 줄인 후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운동은 햇볕 받으며 걷기 45분, 강도가 센 운동은 너 튜브로 간헐적으로 하고 있고, 너무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날 방탄 커피를 마시면서 16시간 동안 속을 비운다. 이런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 먹는 것으로 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 바로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 타임이다.  


금요일인 오늘도 나는 카페로 향했다. 오늘의 커피와 어울릴만한 케이크를 찾는다. 케이크를 결정할 때는 제목 옆에 쓰여 있는 칼로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같으면 200kcal대의 케이크를 찾겠지만 오늘 제일 위층에 새로 나온 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신상이다. 일반 초콜릿 케이크보다 높이가 좀 더 높은, 초코 브라우니 세 개를 합쳐놓은 만큼이다. 먹고 싶은 마음에 번들번들해진 눈은 칼로리 표시에 시선이 멈춘다. 600kcal.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 중에 최고 열량이다. 줄 서 있는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저녁을 안 먹으니까 저걸 다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도 평소보다 많이 먹으니 내일 아침에 몸무게 재면 늘어나 있겠지? 아침에 방탄 커피를 마시면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왜 똑같이 초콜릿 색이면서 하나는 쓰고 하나는 달콤하냔 말이다!!!!


결국 신상 고칼로리를 선택해 버렸다. 다 계획이 있었으니까. 자리를 잡고 앉아 우선 삼각형 모양의 좁은 지점을 포크로 천천히 세로로 잘라 입에 넣는다. 오~~~ 눈이 절로 감긴다. 너무 맛있어 돌아버리겠다. 정신없이 다음 조각을  먹는다. 커피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신이 나 발까지 동동거린다. 어머, 벌써 이렇게 많이 먹었네!

1분도 안되어 먹은 양


급격하게 줄어든 양에 커피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부터 천천히 먹어야지. 슬쩍 옆으로 쓰러뜨려본다.

 


총 600kcal이니까 300kcal쯤 먹었으려나? 아니다. 좁은 면적부터 먹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먹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조금 더 먹어볼까나?


한 귀퉁이를 조심스럽게 잘라본다. 여전히 넌 맛나는구나. 조금만 더 잘라볼까나. 포크를 이동시켜 보니 덜 먹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게 가시적으로 보인다.


같이 시켜놓고도 잊고 있던 커피를 또 마셨다.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이걸 다 먹다가는 다음날 아침 후회각이다. 그만 먹어야 할 때이다. 단언컨대 300kcal 이상 먹었다. .



이젠 진짜 멈춰야 한다.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케이크는 눈으로 먹는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자린고비가 따로 없다. 커피 한 모금에 케이크 보기 한 번. 벌을 주듯이 커피를 마셔보지만 한 번 오른 케이크 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포크를 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느 연예인의 '다 아는 맛'을 떠올리며 또 한 번 참아본다. 어느새 비어버린 커피잔.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



냅킨으로 남은 케이크를 가렸다. 눈에 안 보이면 그만이다. 누런 색깔이 내 눈을 정화시켰다. 무언가를 먹다가 남긴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오늘도 나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기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다 먹어버리면 될 걸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날 기분이 안 좋다면 그건 소확행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매주 행복하고 달콤하면서도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인 이 시간이 오늘의 가장 기쁜 시간이다. 안녕, 다음주에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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