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Fly Jan 28. 2019

20. 감으로 수사하는 초로의 캡틴

NCIS 시즌 16

미드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렸을 때 봤던 General Hospital부터 시작하면 끝도없겠지만, 본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봤던 것부터 시작하자면 시트콤 "프렌즈"이다. 프렌즈는  생활영어를 익히고, 농담을 배우고, 빠르게 말하는 속도를 배우고 싶어서 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좀 더 깊어졌는데, 그중 CSI 라스베가스는 한국에서 최초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드라마로 기억한다.


CSI 라스베가스 편에서 나의 최애 캐릭터인 워릭이 사망하고 그리썸 반장까지 떠나자 공허함이 컸다. 다른 시리즈들을 찾았지만 시즌 한 두 개로 끝나면서 곧 흥미를 잃었고, 해군 수사물인 JAG에 정을 붙였건만 몇 시즌 안되어 끝나고 말았다. 이후 같은 해군 수사물로 새롭게 등장한 드라마가 바로 NCIS 였다. 시즌 1부터 보게 되었는데 어찌나 주구장창 재방송을 해대던지 어떤 에피소드는 대사까지 외울 지경이다.



자주 캐릭터들이 바뀌는 미드들과는 달리 시즌 1부터 15까지 유일하게 몇 명의 인물들만 개연성을 띠고 바뀐 미드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한 회마다 롤러코스터 같다. 특히 시즌 초반에 케이트가 죽는 장면,  플레이보이 인척 하지만 순정파 디노조가 지바와 썸 타다 결국 죽음을 맞은 지바 사이에 낳은 딸을 데리고 시즌을 떠나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에 속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차가운 듯하면서도 속정이 깊은 캡틴인 리로이 제트로 깁스이다. 이름도 너무 매력적이다! 캡틴이라는 직함대신 그냥 “깁스”라고 부르라고 하는 매력쟁이. 해군의 전향적인 크루 컷, 편한 바지와 셔츠에 재킷 하나, 2G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인물. 어떻게 보면 미국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찰국가의 표상을 나타내는 인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만하고 머리로만 푸는 사건이 아닌 몸으로 부딪히고, 죽을 뻔하고, 범인을 속이는 듯 정말 드라마다운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NCIS를 추천한다. 시즌 15까지 하면서 점점 머리가 하얘지고 안 그래도 작은 체격은 더 말라 보이지만 여전히 강인하고 매력적인 깁스가 그리썸 반장님처럼 떠나지 않고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MIT 출신으로 기술적인 용어를 설명하다가 항상 깁스에게 English!라고 욕을 먹는 티모시 맥기와 그녀의 연인으로 폭발사건으로 두 다리가 마비되었지만 결혼한 딜라일라, 검시관이면서 치매를 살짝 앓고 있는 닥터 말라드와 그의 조수 지미 팔머, 그리고 밴스 국장.   


                                                                          (시즌 15 캐릭터들)

북한 출신의 여자 요원과 밴스국장, 그리고 요원들과 싸우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조잡한 한국어도 나왔고, 미국인 작가들이 그리는 북한 요원에 대한 이미지도 흥미로웠다. 아마도 CSI처럼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집어넣은 에피소드가 아닐까 한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마지막 즈음에 했던 에피소드에는 전사자들의 가족에 대한 대우를 다루면서 마지막 장면에 미셀 오바마 여사가 직접 출연했던 적도 있다.


몇 시즌 전에 엄청난 여파를 남긴 디노조와 지바가 떠나고, 포렌식 분석가인 180센티미터가 넘는 애비 슈토가 지난 시즌 떠났다. 디노조가 떠나 기 전에 엘리노어라는 NSA 출신 요원과 마약반 출신의 닉 토레스가 합류했고, 마지막으로 심리상담가인 잭 슬론 (이래 봬도 여자 이름)이 합류하면서 다시 완전체가 되었다. 시즌 15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잭 슬론이 군인 시절 잡혀 고문당했던 적군의 목소리 (뼈로 푸는 살인사건 BONES에서는 수석 연구원의 애인으로 나왔음)를 뉴욕 레스토랑에서 들으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용의자는 자국 대사관의 VIP 손님이었기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목소리가 비슷한 남자인가 보다고 생각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밴스 국장이 그 남자에 의해 납치되고 끝난다. 잭 슬론이 듣고 싶어 했지만 절대 해주지 않았던 단어 'infidels'라는 말을 남기며.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를 항상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니 다음 시즌을 안 기다릴 수가 있냔 말이다!


예전에는 해당 시즌을 할 때 거의 동시 방송으로 다운로드하여 봤지만, 이젠 그럴 에너지가 없어서인지 한국에서 방송하는 날만 기다린다. 2018년 방송되었던 시즌 16이 드디어 올해 2월 8일 금요일에 방영된다. 이제는 가족이 되어버린 NCIS는 언제 어떤 에피소드를 반복적으로 봐도 여전히 재미있다. 깁스는 더 늙어있겠고, 맥기와 토레스, 그리고 엘리노어는 더 형제들 같아져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만들어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그들의 익숙한 영어로


혹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적당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면 NCSI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같은 인물들이 하는 톤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부터 영어가 들리니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대본 (스크립트)을 찾아보지는 말자. 거기까지는 노노노. 자막과 영어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공부가 된다.


사진출처: https://www.google.com/search?q=ncis+season+16&safe=active&hl=ko&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nkYafnY7gAhXHgLwKHSvWD_EQ_AUIDygC&biw=1366&bih=626#imgrc=UmYKt3bAcxxcDM:

매거진의 이전글 19.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