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편지를 읽던 날 찍은 사진
초등학교 1학년, 너는 급식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덜렁거려서 옷을 입는 날에는 꼭 소매에 양념 한 두방을 묻혔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게 된장국이든 부대찌개든 똑같은 냄새가 났다. 너는 그 냄새가 온몸에 배이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에는 흰 밥에 멀건 생김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너의 편식을 수용하지 않았다. 교실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음식을 누군가에게 주는 요령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선생님은 남기는 반찬 가짓수마다 쓰레기 열 개를 줍는 벌을 내렸다. 그러면 너는 꾸역꾸역 밥을 먹거나 혹은 쓰레기 스무 개 정도는 주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반찬을 남겼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써도 어느 날에는 쓰레기를 백 개가량 주워야 했다. 매일 청소하는 학교에서 쓰레기 백 개를 찾는 일이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너는 쓰레기를 찾고 찾다가 종례 시간이 다가오면 조급해졌고, 결국 혼날 것을 각오하며 종이 조각을 잘게 찢어 냈다.
더 이상 혼나기 싫었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밥을 다 먹은 척 하자.' 너는 선생님이 보지 않는 사이 입안에 밥을 잔뜩 넣었다. 그리고 참기름을 버무린 시금치, 생김치 같은 반찬을 입 구석 빈자리에 욱여넣고서는 화장실 가장 구석진 칸으로 들어가 변기에 음식을 다 뱉었다. 대변기에 음식이 둥둥 떠올랐다. 물을 내리면서 너는 선생님이 절대 이 사실을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로도 몇 번 음식을 먹는 척하는 날이 이어졌다.
아빠의 일자리가 바뀌면서, 너는 2학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학을 갔다. 지난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짧아서였을까.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떨어지는 일이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 났다. 이사한 곳은 조금 더 도시였는데, 아파트 단지마다 놀이터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우연히 동네에서 만나 놀게 된 친구가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게 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을 교실이 아닌 급식실에서 먹는 게 좋았다. 더 이상 네가 밥을 잘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선생님이 없었다. 물론 급식 당번이 아이들의 잔반을 확인하긴 했으나 잘 먹는 친구에게 반찬 몇 개를 덜어주면 그만이었다. 그 편안함에 적응하면서부터 너는 급식을 잘 먹기 시작했다. 음식 냄새가 조금 신경 쓰였지만 이전만큼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때 네가 급식을 싫어했던 이유는 낯설었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을 마치고 와 알파벳을 잘 외우던 아이들, 구구단을 외우고 체육을 잘하던 아이들, 무엇보다 손톱이 반듯하게 손질된 아이들. 모두 다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학교에 있으면 계속 기가 꺾였다. 가끔 말싸움을 할 때 자기 아빠는 경찰이라고 하던 여자애에게 제대로 응수 한 번 못하고 씩씩거리기만 하는 게 마음에 맺히기도 했다. 분명 아빠가 경찰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었을 텐데. 너는 거짓말이라도 우리 할아버지는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못한 게 분했다. 너를 둘러싼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면서 예민해졌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똑같이 나는 반찬 냄새가 거슬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너를 관찰 카메라로 본다면, 분명 너에게 먼저 다가온 아이들이 있었다. 너에게 크레파스를 빌려주거나 곁을 맴돌면서 장난을 치는 친구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너가 편식하는 이유를 몰랐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와서 너는 어쩌면 그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