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야자시간의 사진
고등학교 교복은 예쁘기로 유명했다. 붉은색 재킷과 고동색 치마는 어느 누가 입어도 단정해 보였다. 그러나 너는 교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는 교복을 맞추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스마트나 스쿨룩스 같은 브랜드 매장이 아닌 동네 교복점에 갔다. 엄마는 굳이 그러지 말고 브랜드 매장에서 맞추자고 했지만, 30만 원 가까운 교복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져 싫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돈 쓰는 일을 어려워했다. 필요한 옷이나 필기구를 고르는 데도 서툴렀다. 너는 정말 갖고 싶은 것일수록 사지 못했다. 그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군것질을 할 때는 고민 없이 돈을 썼다. 정작 원하던 물건은 손에 없었으니 늘 <계속 부족의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허기졌고, 항상 부족한 느낌이었다.
동네 교복점에서 맞춘 교복은 묘하게 너의 몸에 맞지 않았다. 사장님이 키가 더 클 수도 있다며 재킷의 폭을 넓히고, 치마의 길이를 길게 잡았다. 그러나 키는 더 이상 크지 않았다. 맞지 않는 교복을 입으면서 너는 짜증이 났다. 그래도 동네 교복점을 고른 것은 너의 선택이었으니까 누구를 탓할 수 없었다. 새 교복을 사는 대신 아빠 친구 딸의 교복을 물려받을 수는 있었다. 그 언니는 너보다 말라서 입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지만 재킷은 딱 맞았다. 헐렁한 재킷보다는 차라리 몸에 딱 붙는 재킷이 나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주 잠깐의 느낌뿐이었다.
스쿨버스에 탔을 때, 복도에서 떠들 때, 매점을 가기 위해 운동장을 가로지를 때, 야자를 빼고 산책할 때……. 너를 제외한 친구들은 다 자기 몸에 맞는 교복을 입는 것 같았다. 너는 몸이 미워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살이 찐 게 문제였는지도 몰랐다고 여겼다. <계속 부족의 상태>가 심해졌다. 거울을 볼 때마다 못난 구석을 찾고 마른 사람들과 몸을 비교했다. 몸 일부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이만큼만 사라지면 예뻐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너에게 예쁨이란 너무 팍팍한 것이었다. 그 시절은 시절대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몸에 대한 생각은 학교 밖에서도 계속 됐다. 너는 엉덩이와 튀어나온 배가 신경 쓰였고, 늘 배에 힘을 줬다. 어느 날에는 친구가 말했다. 너 숨 안 쉬는 거 다 티나. 숨을 꾹 참고 배에 힘을 주면 몸짓이 어색해진다는 걸 몰랐다. 그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도 살을 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다. 급식을 많이 먹었고, 간식도 꼭 챙겨 먹었다. 야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야식을 먹지 않으면 서글펐다. 허기를 먹을 것으로 채우려는 듯, 많은 양을 삼켰다. 그렇게 무언가를 먹고 나면 다시 몸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생각을 버리는 순간은 오직 먹고 노는 때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수능이 끝난 뒤, 너는 살이 많이 빠졌다. 입시를 끝내고 스트레스를 덜어서였는지 예전처럼 많은 양의 음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전히 몸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너를 더욱 괴롭혔다. 강박은 몸 이상의 것이었다. 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강박을 버리기 위해 너는 이 글을 쓴다.
너를 스스로 좋아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다.
교복을 입던 과거를 아주 예쁜 시절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