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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의뿔 Sep 18. 2022

불확실성 앞에 선 P를 위해.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고 응원하며 남기는 조언 

P는 속으로만 품고 다니던 '퇴사'를 지르고야 말았다. 때가 찼다 생각했단다. 의지의 발동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러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어...' 하는 사이, 환경에 밀렸단다. 


그래도 지난 2년이 즐거웠단다. P는 역시 맨땅 체질이다. 혼란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마치 천지창조를 연상케 하는, 곳이 P에게는 맞는 곳인가 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모든 것이 구비되어 안정적인 곳, 운영에 큰 이상만 없으면 되는 곳은 P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그렇다고 P가 '창조'같은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P가 한 일은 이제 막 새로 설립된 회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려 한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 것,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그들의 생각이 향하는 방향이 조금이라도 긍정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었단다. 성과를 읊어보라 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결과들. 숫자로 보여주지 못해 다소 부끄러운, P만 아는 그런 성과들. 


P는 다음을 준비하지 않았단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니나, 무턱대고 불확실성 안으로 점프. 환승 이직의 모양이 여러모로 가장 좋기는 한데, 지금 P의 나이가 그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밖으로 밀려 나가야 하는 나이. 무거워서 수용되지 않는 나이. P가 언제부터 나이에 연연해했을까 싶다만. 이제는 나이를 생각한단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는데 이제야 철드나 보다. 


대범한 척, 그래도 불쑥 두려움이 P를 찾는단다. 재기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단다. P가 퇴사를 실패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실패가 아니니 '재기'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도 '재기'를 사용한 것은, 자신을 잘 다스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즉시 퇴사를 지른 것, 행여라도 P의 조직 생활사에 또 다른 과오로 남을 것이 신경 쓰여서란다. 그게 실패일 수 있으니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P는 맨땅 같은 불확실성 안에서 자유롭게 놀면 된다고 휙 던진다. 사방이 막히면 하늘 문이 열리지 않겠냐고. 하늘에서 완전 새 동아줄이 내려올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평안하려 애쓰지만 불안을 내비치는 P에게 진짜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며 몇 마디 남긴다. 1) 일희일비하지 않기 2) 성급하지 않기 3) 차선을 선택하지 않기 4) (차선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P의 최선이 무엇인지 알기. 그러기 위해서는 P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깊이 들여다보기. 


이번의 선택은 짧게는 50대, 길게는 70대까지의 엄청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러니 P, 절대 '떠밀려' 또는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자. 너에게 딱 맞는 그것이 분명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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