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소의뿔 Oct 12. 2022

나는 지금 푸바오(Fubao) 앓이 중.

하루 종일 거칠었던 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니까.

아기 판다 푸바오. 만 2세이고 구석구석 '아기'의 모습이 역력한데 요즘 몸무게가 84kg. 엄마 이름은 아이바오, 아빠 이름은 러바오. 모두 에버랜드의 판다 월드에서 거주 중.  


아마도, 올봄이었던 것 같다. 어쩌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푸바오 동영상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날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푸바오, 퇴근 후 쉴 때도 푸바오, 잠들기 전 뒤척이면서도 푸바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인지 모르겠다만, 나는 지금 푸바오 앓이 중이다.


한 번은 코칭 주제로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를 내놨다. 유튜브 시청하는 시간이 늘면서 글쓰기나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 습관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그 주제로 코칭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어떤 동영상을 보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푸바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Q: 푸바오 영상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상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그 느낌은 어떤 욕구와 연결되나요?   


A: 푸바오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걱정에서 잠시 멀어져서 좋아요. 동물인데 사람과 마치 사람인 마냥 교감하는 것이 신기해요. 동물에게는, 딱 동물 수준의 반응을 기대하잖아요. 기대치가 높지 않죠. 그래서 기대치에 미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웃을 수 있고, 반대로 높은 수준으로 반응할 때는 격하게 좋아하게 되죠. 판다끼리는 갈등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푸바오의 어떤 모습도 다 인정하고 수용해요. 당황스러운 상황도 관대하게 대하죠.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녹아요. 하루 종일 거칠었던 마음의 표면이 부드럽게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 너의 모든 것을 인정해'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돼요. 푸바오가 받는 인정과 수용, 제가 대리 만족하는 것 같아요.   

     



그저 생긴 대로 사는 푸바오, 그리고 그런 푸바오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이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보살펴 주는 사육사님들. 푸바오가 일상을 살고, 누리는 것들을 보며 나 역시 만족을 느낀다. 그래, 너라도 그렇게 받자.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답게 사는 푸바오. 너란 녀석은 증말 사랑스럽구나! 너가 주는 치유와 기쁨을 맘껏 즐기련다. 유튜브 영상과 함께 푸바오 앓이는 계속 중.


  

작가의 이전글 계획 이상의 계획, 섭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