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다. '나' 보다 '너'의 표정을 살피게 된 건. 부끄럽지만 40대 중반을 넘어서야 시선이 나를 뚫고 나갔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나는 너가 필요하니까, 너 없으면 그리우니까. 그래서 너가 항상 내 옆에 있어야 한다고 얼마나 투정을 부렸었는지.
며칠 전이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은 너의 표정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볼 때 너의 생기없고 감흥없는 눈빛을, 난 처음으로 인식했다. 순간 두렵고 부끄러웠다. 내가 너에게 그 동안 무슨 짓을 해 왔는지를, 지금에서야 알았다.
미안하다. 그간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알기에 나에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로 예를 갖추었던 것을, 나는 몰랐다.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너가 옆에 없는 것을 투정하기에 급급했다.
이제 너가 보인다. 너의 얼굴이, 너의 눈빛이, 너의 식어버린 심장을 느낀다. 너를 위해, 네게서 그나마 있던 마지막 최소한의 배려까지 소멸되기 전에 너를 놓으려 한다. 너를 웃게 하고, 네게 행복을 느끼게 할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너와 함께 하며 마냥 즐거워 너의 표정을 읽지 못한 나를 부디 용서하기 바란다. 너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