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想念
백신을 맞고 코로나19 항체가 생겼다 좋아라했지만 피해 갈 수 없었다. 수두를 꼭 앓아야만 안심했던 것처럼, 코로나19도 남들 걸릴 때 같이 걸리는게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 정도 목이 칼칼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자가진단 결과는 음성. 그런데 그날 밤을 뜬 눈으로 넘겼다. 어찌나 목이 아프고 온 몸이 으스스하던지. 이번에는 진짜 걸렸나보다며 새벽에 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니 떡 하니 두 줄이 떴다. 가끔 기침나고, 콧물이 흐르면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닐까 진단키트를 사용하던 그런 증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누구 말처럼 이 세상 고통이 아니었다.
병원에 들러 확진을 확인하고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첫 2일 정도는 여기 저기 아파 다른 것에 신경쓸 수 없었다. 몽롱한 상태로 3일 정도가 지나니,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멍 때리는 것이 휴식처럼 느껴졌었는데 '격리'상태에서 멍 때리기는 고문같았다. 시간은 왜 이리 안 가는지, 하루는 어찌 이리 긴 것인지. 시간이 더디 가는 것은 그래도 참을만 했다.
참기 힘들었던 것은 내 존재감이었다. 영화 I am a Legend의 주인공처럼 지구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 모바일을 열고 SNS를 열면 바로 세상과 연결되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나 없이도 너무나 멀쩡한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 외로움이 아니었다. 더 깊고 짙은 어떤 것. 나 스스로 느끼는 내 존재감이 불충분하기에 느끼는 감정.
'I am Who I am, 스스로 있는 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은, 존재감에 얽매이지 않았을 것 같다.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호소할 이유도, 인정받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온전하기 때문에 누가 채워줄 필요가 없고,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인간은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모른다.
격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 강제적으로 접촉할 수 없는 환경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내 존재감을 채워줄 수 없을 때, 나는 스스로 나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 행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스스로 느꼈어야 할 존재감을 외부에서, 타인에게서 찾으려 했기 때문에 건강한 인간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닐까? 홀로서기가 되어야, 혼자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야 비로소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1주일을 존재감과 씨름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인정하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단단해졌다. 내면의 건강과 정신적 성장에 더 집중해야겠다 생각하니 삶을 간소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존재감을 느끼게 도와달라 밖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기로 했다. 누군가에 의한 '나'가 아닌 스스로의 '나'로 제대로 서 보자며, 내 영혼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