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입사자 온보딩
한국과 체코,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 다니며, 또 대기업, 연구기관, NGO/NPO, 공기업, 학교 등 다양한 목적과 유형의 조직을 전전하며 '온보딩'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어렵게 채용(recruiting)한 인재의 유지(retention)의 결정타는 온보딩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래서 HRDer로서 가장 신경 쓰는 업무 중 하나가 온보딩이다. 공식 프로그램이든 또는 비공식 프로그램이든 어떻게든 신규 입사자들이 조직에 뿌리를 내리고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보통 온보딩이라 하면 입사 당일 오리엔테이션 또는 2~3일의 신규 입사자 교육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무적 이게도 최근 2~3년 사이 스타트업 등 일부에서 온보딩을 주요 HR 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채용 시장의 구조적 변화 - 대규모 연간 공채에서 수시/상시 채용으로, 경력개발과 성장을 위한 적극적 입퇴사 - 로 온보딩은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신규 입사자의 성공적인 연착륙은 '갸'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새 구성원을 맞는 리더와 구성원을 포함한 조직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졸 신규입사 후 한 번도 이직하지 않은 이들이 다수인 대기업, 정부기관, 공기업 등은 온보딩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조직 부적응은 '갸'의 역량 부족으로 치부된다. 이들 조직에서까지 온보딩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조직 차원의 실행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지 않을지.
온보딩의 성공에 '갸'의 역량이 중요하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도 절대적인 양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눈치껏 분위기를 살피고, 먼저 다가가고, 알아서 일을 찾는 등 엄청난 용기와 노력도 필요하다. 온갖 센스를 발휘해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조직문화를 파악하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방식을 알아내야 한다. 기존 구성원들이 호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갸'가 노력하는 만큼 조직과 구성원들도 신경 써야 한다. 따뜻하게 환영하는 분위기, 모든 것이 낯선 이를 위한 친절한 안내와 배려, 구성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 업무 관계에서 중요한 자원인 동료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다리 역할 등 연착륙에 도움 될 것들이 많다.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는 식으로 흠을 잡고 평가하는 자세, 기존 구성원들의 지나친 끈끈함과 유대로 인해 신규 입사자가 느끼는 외로움은 온보딩의 큰 장애이다. 포용성이 낮은 조직에서 입사자가 온보딩 기간을 어찌어찌 잘 버티더라도 결국 업무와 조직에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역량 발휘와 성과 기여, 안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장의 준비이다. 구체적으로, 입사자가 자신의 역량을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에 접목하고 맞춰갈 기회 - 단기간의 소규모 프로젝트 등 - 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입사자의 자리 잡기(positioning)을 돕고, 나아가 가치감, 존재감, 성취감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성공적으로 직무 기술서 내용을 보고 대략 어떤 역할, 어떤 일을 하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며,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R&R)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돕는 온보딩은 의도적인 계획 없이는 불가능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채워지고 해결되는 것이 있다. 억지로 되게 하면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온보딩의 경우는 다르다. R&R이 불명확하고, 어떤 이들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새로운 사람에 대하 관대함의 유지 기간은 조직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3~6개월 정도이다. 조직장은 초기 온보딩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미리 계획해야 한다.
온보딩 기간에 입사자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맞지 않는 옷', '필요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는다면 이는 '갸'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문제이고, 조직장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