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입사자 온보딩
온보딩을 문화적응 관점으로? 너무 깊이 들어간 거 아닐까? 아니다. 이직 후 회사에서 '문화충격'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타인과 환경에 민감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만. 대부분은 소소하거나 심각하고 중요한, 행동이나 가치관, 말이나 표현 등 그 어떤 것에서든 이전 회사에서 든 물과 지금 회사의 물이 서로 달라, 또는 나 고유의 문화와 달라 충격을 겪은 일이 최소 한 번은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이 늘 문화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무조건 적응하고 있을 뿐이다.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조직에서 구성원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보살피는 것은 바라서도 안 될 것이다. 알아서 답을 구하고, 멘탈을 관리하고, 동료에게 부담 주거나 방해되지 않게 신속하게 적응하고 제 몫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
그나마 대졸 신입들은 사회 초년생이기에 다소나마 연민을 끌어내지만, 경력 입사자들에게는 어림도 없다. 아마도 경력 입사자를 채용한 이유가 대졸 신입과는 달리 해당 업무의 역량과 경험, 사회적 관계 경험 등 이른바 '짬밥'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량을 발휘할 '맥락'이 다르고, 업무 시스템이 다르고, 이해관계자의 속성이 달라 겪을 수밖에 없는 난감함은 오롯이 경력 입사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경력 입사자이기에 너무 당연한 일이고,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간에 맡기는 것이 최선일지라도 방관하지 않는 태도, 신규 입사자의 문화충격 처리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HR에서 지향하는 몰입과 성과 제고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이해와 관심은 신규 입사자들이 정서적, 감정적 짐에서 가벼워지고 본연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데 도움 된다.
잊지 말자. 모든 구성원에게 존재감, 가치감은 중요하다. 몰입은 이들에서 나온다.
새로운 조직에 개인이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일반적인 이론이 있을까? 오래된 이론이 하나 있다. 문화적응이론(Cultural Adaptation Theory). 1950년대에 시작해 지금까지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 단계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개인과 상황 간 편차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개인의 타문화 적응 시의 심리 및 정서 측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Lysgaard(1995)은 미국 내 노르웨이 유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질적 연구를 통해 문화적응을 4 단계 과정의 U자형 프레임(U-curve Frame, 신혼여행-문화충격-회복-적응)으로 소개했다. 우선, 신혼여행단계(Honeymoon Stage)는 새로운 문화를 즐겁고 흥미롭다고 느낀다. 또 새로운 사람들이 친절하고 또 자신을 환영한다고 느낀다. 이 단계에서 개인은 새로운 문화와 '나'의 유사점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
이후 문화충격 단계(Culture Shock Stage)는 신혼여행단계에서 느꼈던 흥분과 새로움이 점차 사라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불편하고 분리감을 느끼고 이전 문화를 그리워하며, 좌절과 걱정, 불안을 주로 느낀다. 이후 세 번째 회복 단계(Recovery Stage)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경험한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지만 이를 다루는데 익숙해지면서 자신을 새 환경에 맞추어 간다. 끝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조정과 회복을 지속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문화에 완전히 통합되고 소속감과 일상의 편안함을 느끼는 단계인(Adjustment Stage)에 도달하게 된다.
이후 Adler(1975)의 5단계 모델(접촉-해체-통합-자율-독립)이 등장한다. Adler는 특히 문화충격의 긍정성을 강조하는데 전환(transition)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문화충격, 어려움, 좌절은 개인에게 경험학습에 기반한 성장의 기회라는 것이다. 접촉(Contact) 단계에서는 기존 문화에서 가졌던 문화적 위치, 역할과 정체성이 새로운 문화에서 얼마나 유사한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는 자신의 행위를 지속할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 미치게 된다. 즉, 그들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기존에 하던 대로' 계속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유사성에서 차이점으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개인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해체(Disintegration) 단계에서 개인은 기존의 문화적 이해로는 더 이상 새로운 곳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사회적으로나 인간관계적으로 소외, 좌절 등을 느끼는 등 새로운 문화에서 개인성의 해체, 즉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재통합(Reintegration) 단계에서는 정체성 해체와 혼란으로 새로운 문화를 더욱 거부하고 부정하게 된다. 개인은 자신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그룹과만 관계를 지속하려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강한 반발심은 곧 문화 인식도가 높아졌고 새로운 직관, 감정, 인지적 경험의 출발선이 된다. 개인은 자신의 존재를 위한 '선택'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한다.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기술(skill)적으로 습득해 감수성을 높이는 자율(Autonomy) 단계에서 개인은 이전의 방어적 태도를 벗어나 여유롭고 편안한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새로운 문화나 이전 문화의 차이나 유사성, 또는 두 문화에서 학습하거나 경험한 것 중 어느 것에도 더 이상 영향받지 않는다. 새로운 문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또 자신의 지위가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유연성이 증가하고 스킬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개발된다.
마지막 독립(Independence) 단계의 개인은 태도, 감정, 행동이 독립적이다. 독립단계의 개인은 정체성, 선입견, 가정, 가치, 태도 등을 전인적으로 통합하는 경험 학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와 유사성 모두를 포용할 수 있으며, 창의와 재치, 표현력으로 다른 사람들과 수준 높은 신뢰와 감수성을 주고받는다. 인간의 다양성 탐험을 위한 새로운 관점 발견을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어떤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선택과 책임에 대한 인식도 높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우리의 삶은 본질적으로 문화적응의 연속이라 결론지어진다.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 기존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상황, 다른 조직에서 온 동료, 어제와 다른 세대의 고객 등등등.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여기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한 것처럼 대하고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란과 파괴는 항상 일어난다.
문화적응은 경력 입사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 구성원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래도 경력 입사자들에게 관심 한 숟가락 더 한 것은 새로운 문화 안에서 그들이 느낄 혼란이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하는 기존 문화의 그들보다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보살펴줘야 할 아이가 아니고, 연민을 가져야 할 이웃도 아니다. 나와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야 할 나의 협업자이다.
[참고문헌]
Lysgaand, S. (1955). Adjustment in a foreign society: Norwegian Fulbright grantees visiting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Social Science Bulletin, 7, 45–51.
https://positivedisintegration.com/Adler1975.pdf
Adler, P. (1975). The Transitional Experience: an Alternative View of Culture Shock. Journal of Humanistic Psychology, 15, 13 - 23.
https://www.nafsa.org/sites/default/files/ektron/files/underscore/theory_connections_adjustment.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