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조카들과의 호주 여행기

2화. 혼자 하는 여행 vs. 함께 하는 여행

by 무소의뿔

'혼자'는 간단하고 가볍다. 삶도, 여행도 가볍다. 혼자 하는 여행에는 준비 과정이 간단하다. 항공권은 최대한 저렴한 것으로, 숙소는 적당한 가격대로 동선 좋은 곳, 식사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디를 방문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도 고민하지 않는다. 여행지에 무엇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찾아본 후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한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걷다 만난 경치 좋은 카페나 전망 좋은 식당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여행지에서 꼭 해야 할 것, 꼭 가야 할 맛집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여건 되는 대로, 손 닿는 대로, 발 가는 대로, 혼자 하는 여행은 쉽다.


그런데 '함께'는 아니다. 다른 존재를 살피는 섬세함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여행은 준비할 때부터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조카들이 장시간 비행 이후의 여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출발, 도착시간을 선택했고, 매일 여행일정을 결정할 때는 호주에서 꼭 해야 하는 것에 집중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예의주시하며 활동 계획도 빠르게 변경하는 등 그들이 최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그리고 또, 식사. 나의 식사는 여행지와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는 커피 한 잔, 점심은 여행지를 기념하는 현지식으로 비교적 잘 먹고 저녁은 현지 맥주와 약간의 안주면 족하다. '고모, 저는 하루에 세끼 다 먹어야 해요.' 하루 걸러 한 번은 한식을 먹어야 하고, 과일과 고기도 거의 매일같이 챙겨 먹었다. 성장기 조카들 덕에 10대 이후로는 거의 잊고 살았던 삼시 세 끼를 수 십 년 만에 다시 경험했다.


하루 종일 모든 감각이 조카들을 향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매일 아침이면 나 보다 조카들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지난밤에 잠은 안 설치고 깊게 잤는지, 수분 섭취는 충분하게 하고 있는지, 화장실에는 제때에 잘 가는지, 마음은 평안한 지, 지금 감정은 어떤지, 행여나 불편하지 않은지 등을 안색과 목소리, 말투에서 감지하려 했다. 이 모든 것이 오롯이 나만 있는 공간과 시간의 내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애씀이 필요했던 일들.


4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갈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혼자의 삶이 불편하거나 싫은 것은 아닌데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단지 2%에 불과한데 내가 인간으로서 온전하다고 느낄 수 없게 하는 무엇. 한 동안 탐색하다 발견한 그 무엇은 바로 '타인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 타인도 포함한 이들. 돌보는 역할자로서 점점 더해가는 책임감의 무게, 그 무게를 감당하며 더해가는 인간으로의 성숙, 그리고 온전함.


온전한 인간 되기. 본능이었을까?

타인을 담을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나보다 약한 이들을 돌보는 책임감을

0.1%라도 담기 원하는 마음이 조카들과의 여행을 떠올리게 했을지도.


이제 남은 1.9%를 채우기 위해 내 울타리 안으로 들여올 이들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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