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조카들과의 호주 여행기

1화. 고모의 여행 제안을 조카들이 덥석 물었다.

by 무소의뿔

"애들한테 물어봐. 고모랑 호주 여행 함께 할 생각 있는지."

자랄수록 조카들과 거리가 벌어지는 것 같아 서운함을 느꼈다. 유아기 때 '고모, 고모'하며 친밀했던 것이 그리웠다. 더 늦기 전에, 10대 조카들이 더 바빠지고 자기 삶을 찾느라 나에게서 더 멀어지기 전에 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불쑥 동생을 통해 제안했다.


부모가 함께 하지 않는 여행에 이모도 아니고 고모와 함께 갈까? 한창 예민한 시기의 10대 여자 조카들이 내 제안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 없었지만 그래도 용기 내어 물었다. 동생이 아이들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해 기다리는 며칠 동안, 나는 부정적인 답이 올 것을 예상하며 마음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거절해도 슬퍼하지 말자, 늘 그렇듯 혼자 다녀오면 되니까. 혼자가 편하잖아~'


부모가 각자의 형제, 자매와 왕래하는 빈도와 관계의 깊이는 그 자녀와 이모/외삼촌, 고모/삼촌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동기들이 동성일 때, 특히 자매는 성장 과정에서 이성 동기인 남매에 비해 공유하는 것이 많다. 자매는 각자 결혼한 후 육아 등으로 서로 소통하고 도움 주고받을 것이 많아지면서, 미혼이었을 때보다 더 사이가 돈독해진다. 반면, 형제는 결혼하면서 아내들 간의 관계를 위해 멀어지고, 또 남매도 성장과정을 거쳐 나이가 들며 공유할 것이 적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결혼 후에는 시누이와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가정의 평화와 정신건강을 위해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이유로 남매 사이 역시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일반적으로 조카들에게 이모는 편한 상대이다. 반면, 고모와 친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그렇다. 고모와는 왕래가 거의 없었던 반면, 이모들과는 공유할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특히, 엄마의 바로 윗 언니인 둘째 이모와의 감정적 거리는 더 가깝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중3 딸을 전학시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내야 할 상황에서 엄마는 시댁보다 친정의 도움에 도움을 요청했다. 여러 모로 엄마에게 유리한 선택이었고, 덕분에 중학교 3학년 1년을 이모 가족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삶과 내 삶에 교집합이 생겼다.


내가 고모와 이모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을 생각하면, 내 조카들에게 내가 어떤 고모로 기억될지 살짝 신경쓰인다. 나와 남동생, 또 나와 올케와의 관계도 돌아봤다. 돈독하다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냉랭하지 않았으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동생네 부부는 애들 앞에서 내 얘기를 어떻게 했을까? 할머니로 부터 듣는 고모를 어떤 이미지로 기억할까? 조카들과 내가 공유하며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 저러한 의문과 질문들을 따라가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 하나가 잡혔다. 나이가 들어서도 조카들과 왕래하고 싶은, 피붙이들이 찾는 고모가 되고 싶은 마음.


"애들이 간데."

"진짜? 진짜 간데?"

며칠 후 받은 반가운 답이 왔다.

'와우, 어머나, 어쩐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흥분과 걱정이 함께 몰려왔다. 조카들이 내 제안을 수락한 것은 반갑고 기뻤다. 그러나 곧 걱정을 담은 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카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어쩌지? 특히 일상 생활에서 10대들을 접해 본 적이 없다!! 하, 여행 기간 동안 안전해야 하는데, 작은 사고라도 절대 나면 안 되는데, 괜찮겠지? 여행하다 보면 감정 상하기 쉬운데, 여행 끝까지 아이들과 서로 마음 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잔소리 않고 큰 소리 안 치는 성숙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훅 떨어져 여행 철회를 생각할까 하다 '마음의 소리'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자며, 육아 경험 없고 혼자가 익숙한 내가 10대 조카들과 여행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에는 분명 뭔가가 있을 것라며, 마음을 다잡고 항공권을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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