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시작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아주 특별한 것은 없다.
단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것.
밤이 되면 헤어질 걱정없이 하루를 온전히
당신과 공유하는 것.
그러다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발단이
미처 몰랐던 당신을 내 앞에 툭 내던져 놓아
걸려 넘어지기도 하는 것.
평생 큰 싸움없이 지내오신 부모님,
그 잔잔한 일상을 위해 서로가 포기해야만 했던 부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보다 '일치'라고 했던가.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일치하기 위해
버려야만 했던 것들.
그것의 다른 이름은 '배려'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 공식이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덧셈과 뺄셈.
돈을 얼마만큼 벌고
집은 몇 평에 살며
내가 하는 만큼 그는 날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결혼의 시작.
사실,
커다란 기대와 장황한 목표는 필요치 않다. 단지,
퇴근 후 뒤집어 벗어놓은 그의 양말 뭉치를 보고
화내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