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선물
선선한 가을향이 불어오는 시간이 길어졌다.
한낮의 볕도 견딜만 하다는 것은 고개 숙여 걷던 길이 한들거리는 나뭇잎에 시선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지나쳐간 여름은 기계적 시원함 없이 견디기 힘든 더위였고, 더위 핑계로 네모난 박스에 갇혀 지낸 듯하다.
이제는 살랑거리는 바람 따라 걸어보는 산책길은 풀벌레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
이 맘때 걸었던 나의 길들이 늘 축복처럼 기억되는 건 자연의 소리만이 주는 마음의 충만, 그 설레임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아픔을 만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빛 속에 희석되어 순수로 채워질 것이고, 그 빛은 올 가을 아이처럼 웃으며 지내게 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