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풋만 하는 인생

아웃풋의 경쟁력

by 제인톤


어제 보지 못한 것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넓혀가기 위해서 인풋에서 아웃풋까지 가야 한다.



인풋 과부하에 지친 뇌

매일 수많은 것들을 인풋하며 살아간다. 하나의 인풋을 소화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인풋을 한다. 우리의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것을 인풋하며 과부하 증상에 걸린다. 멀티능력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을 염려해야 할 시점이다.


인풋하며 채울수록 엉킨 느낌이 드는 시점이 오면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다. 만약 정리하지 않고 쭉 인풋만 한다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디서 풀어야 할지 불안한 마음에 또 인풋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미 포화 상태인 것을 직감하면서도 채워넣는 나 몰라라 정신이다.



정리하지 않았을 때의 우리의 뇌

뇌는 몹시 피곤하다. 마치 3년 동안 정리하지 않은 사진첩처럼 말이다. 정리하지 않은 사진은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아깝다고 지우지 않은 것들은 오히려 한 장도 볼 마음이 안 생긴다. 다시 보고 싶게끔 만들려면, 지울 건 지워야 한다. 그렇게 남긴 사진은 매년 꺼내보게 된다. 최고의 사진만 남겼으니까.


인풋에도 단계가 있다. 인풋의 첫 단계는 대상에 대한 즐거움이 가장 클 때다. 알고 싶은 거라 열정이 생기고 몰랐던 거라 호기심이 생긴다. 다음 단계의 인풋은 대상에 대해 심화된 지식이 생기면서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된다. 이쯤 되면 정리를 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 마지막 단계는 인풋을 위한 인풋을 하는 시기다. 멈춰야 하는데..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계속 인풋만 하면 어떻게 될까? 흘러넘칠 뿐이다. 과유불급이다. 정리하지 않으면, 전에 넣고 넣었던 것들까지 반복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슷한 내용의 글을 읽고 어제 봤던 류의 기사를 보면서 일주일 전에 했던 생각 그대로 한다. 알고 있는 거라 여기기 때문에 재미도 없고 진부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실제로는 잘 모르는데 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뇌는 정체되고 고인다. 그 병목현상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인풋이다. 정리 없는 인풋은 잡동사니다. 그저 쌓기만 했을 때, 테트리스 게임은 끝이 난다.




그런데도 인풋만 계속하는 이유

임계점이 오면 더 이상의 인풋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직감이라는 게 꽤 쓸모가 있다. 그땐 덜고 다듬고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다듬어야 할 때, 그것을 하기 싫어진다. 습관적인 관성 때문에 계속 인풋만 하고 싶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채워만 넣고 싶다. 그게 더 편하니까. 이쯤 되면 정리는 어려워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안 하는 것이다.


글을 쓰려고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한두권만 읽고 요약만 잘해도 충분히 글 하나를 발행할 수 있는데, 나는 쓰지 않고 읽기만 했다. 결과는 더 많은 정보를 얻고서도 쓰지 못했다. 쓰는 것보다 계속 읽는 행위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 권의 책을 심도 있게 읽고 그것을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글을 쓰는 편이 더 나았겠다. 중요한 건 들어오는 양보다 그것을 정리하는 습관이었다.


누구나 인풋은 큰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값의 인풋이 들어오는 시점부터는 더 적은 노력으로도 가능하다. 그때 우리는 수동적으로 바뀌기 쉽다. 더하는 건 쉬워도 빼는 건 노력을 요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인풋을 정리했을 때 경쟁력이 생긴다.




인풋 디톡스의 경쟁력

1) 정리를 하면 머릿속이 개운하다. 정리한 내용을 잘 저장해 놓기만 해도 뇌는 머릿속으로 기억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망각해도 된다는 해방감을 느낀다. 머릿속은 비워지는 틈 사이로 다시 새로운 것을 인풋 할 공간이 생긴다.


2) 인풋 디톡스를 하고 나면, 진짜 중요한 것만 남는다. 심플함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인생에서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풋을 디톡스 할수록 핵심만 남는다. 가지치기하면 열매만 남는다. 계속되는 인풋이 아니라 인풋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맹이가 보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실제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인풋 디톡스는 삶을 꽤 심플하게 만들어준다.


3) 인풋을 정리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 임계점에 도달하고 나서도 계속 인풋만 한다면, 그 과정에서 흥미도 떨어지고 새로운 것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즐겁지 않아 몰입도 없다. 리프레쉬하게 인풋하고 싶다면, 새롭게 인풋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리프레쉬는 디톡스가 끝난 후에 가능하다.


4) 디톡스 하는 과정 중에 유레카를 외칠 수도 있다. 정리하는 과정 중에 인풋 한 내용들이 카테고리 안에 묶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이 믹스되면서 새로운 연결지점이 생긴다. 인풋만 했을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 시냅스다. 창의성은 끝없는 인풋이 아니라 중간에 멈춰 정리할 때 생긴다.




인풋만 하다 인생 다 간다

인풋 디톡스는 덜거나 심플하게 만드는 일이다. 카테고리로 묶는 일은 복잡하게 엉켜 떠다니는 것들을 비슷한 것끼리 잡아두어 필요할 때마다 쉽게 꺼내보기 위함이다. 덜어내는 일은 굳이 있어도 없어도 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잘라내서 진짜 중요한 것만 남기기 위함이다.


인풋만 하다 인생 다 간다. 진짜 무서운 말이다. 들어오는 게 있으면 흘러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인풋만 하다 방향성을 잃었다면, 잠깐 멈춰 키를 돌려야 한다. 큰 힘 들이지 않고도 가던 길을 쭉 갈 수 있는 상황이 올 때, 갑작스럽게 키를 돌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답답함을 느낀다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긴 한숨이 훅 나온다 해도, 확 돌려 바꾸면 그 자리에서 또 쳇바퀴가 돌아가는 법이다. 기분 좋게 바꾸지 않아도 좋으니 인상 한 번 팍 써도 좋으니 방향을 바꿔보자. 키를 돌리면 주름진 미간이 금방 풀리고 마음까지 개운해진다. 아직 만족할 만한 곳에 있지 않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부터 마음은 편안해지더라.




나의 인풋의 합은 나만의 차별화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서둘러 아웃풋을 내려고 하지 말자. '시간 좀 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자. 그 과정 속에서 인풋 한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믹스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그렇게 디톡스한 결과물은 나를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내가 인풋한 것들의 합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값이 나올 수 없다. 내가 인풋한 것들 안에서 믹스한 값 역시 나만 도출해 낼 수 있는 값이다. 디톡스의 결과는 나만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다. 이건 내가 들인 인풋을 정리했을 때 볼 수 있는 가치다.




인풋 디톡스: from 인풋 to 아웃풋

인풋에서 정리를 통해 아웃풋까지 가야 한다. 아직 인풋한 게 많이 없어서 정리를 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것이든 인풋하며 보내왔다. 만약 인풋한 것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인풋한 카테고리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인풋하며 두 가지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주어진 것 안에서 생각하는 방식과 정리하며 새로운 나의 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나는 조금 더 다양한 준거 기준 속에서 살아가며 어제 보지 못한 것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넓혀가기 위해서 인풋에서 아웃풋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정리, 디톡스, 뺄셈, 요약 어떤 도구를 통해서라도 나의 인풋들을 디톡스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풋 디톡스 타이밍은 늘 있다

얹고 더하는 인풋을 해도 뭔가 더 나아진다는 느낌이 없다면, 바로 인풋 디톡스가 절실한 타이밍이다. 직감은 타이밍을 강하게 알려주는 시그널이다. 더하기만 했을 때 풀리지 않았다면 이번엔 빼고 덜어내야 할 때다. 삶이 가벼워지고 심플해질 때, 오히려 잘 풀리기도 하더라. 뭐든 디톡스 하는 게 쉽지 않다. 인풋과 아웃풋 일대일 비율은 못해도, 인풋 10개가 모이면 아웃풋 1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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