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달에 닿을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해
왜 아닐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늘 있다. 어제는 분명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오늘은 그냥 포기하고 싶다. 어떤 강한 다짐을 했더라도 이런 순간은 여지없이 찾아온다. 이렇게 한없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우리는 늘 어떤 기분이란 걸 순간순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이라서 작은 자극에도 흔들리는 존재이다. 다행인 건 그런 포기하고 싶은 류의 마음이 들더라도 포기는 안 할 수 있다는 거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보다 버티는 마음이 약간만 더 커도 가능한 일이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만 더 앞서도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포기하고 싶은데 또 포기하고 싶진 않은 모순적인 마음이 공존한다. 받아들이면 편하다. 그 마음은 알아차리되, 하던 일 계속하면 된다. 여러 날이 하기 싫었다가 돌연변이 같은 날에 갑자기 용기가 솟구친다. 일을 저지르기 딱 좋은 날이다. 미뤘던 것을 시작하기에도 좋은 타이밍이다. 다음 날부터는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에 바빠서 도망갈 여력이 없다.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어서 책임을 지는 날들이 생기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포기랑은 멀어진다. 꾸준히 하는 게 참 별거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 갈 수 있다면 포기 못하는 상황을 만들면 되겠다.
가만히 있다 보면 하고 싶은 것들이 또 생긴다. 시작은 했는데 끝을 생각하니 너무 아득하다. 그냥 하지말까 싶다. 생각하는 건 쉬웠는데 막상 끝까지 도달하려니 언제가나 싶다. 먼 미래를 보고 압도당하니 긴 숨이 쉬어진다. 포기 할랑 말랑 한다. 그럴 땐,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한 발 위만 보고 가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내 눈앞에 있는 것 먼저 뚫고 가야 한다. 끝을 생각하면 지금 여기서 불안해진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하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
요즘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이라는 오르고 기구를 사용한다. 유산소 운동을 끝내고 나서 '언제 천 개를 걷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럴 땐, 당장 올라가는 계단 하나하나에만 집중하고 올라가야 한다. 언제 천 개에 닿는지 숫자도 보지 말고 내 눈앞에 있는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자꾸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 조급해지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애쓰다 보면 번아웃이 찾아온다. 전력질주 하다 200미터에서 멈추게 될지도 모른다. 긴 레이스에서는 열정에 너무 기대하지 말고 힘을 빼면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좋은 태도가 필요하다. 반복적인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좋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계속 잘하려는 마음보다 다 잘할 수 없고 매번 잘할 수도 없다는 생각은 힘이 된다. 인생이 그렇다. 잘할 수 없는 보통날들의 연속이고, 그 사실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루하루를 스무스하게 넘길 수 있다고 본다.
원하는 곳에 현실적으로 닿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마음가짐과 함께 노력이 먼저 일정양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질적으로도 향상된다. 중요한 건, 오늘 열심히 한다고 당장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노력을 들이는 게 어렵지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다져놓아야 한다. 기약 없는 미래의 어떤 순간에 과거의 노력이 풀려나오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곳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알고 있는 거라고 자꾸만 방심하니까 매번 알고도 당한다.
매번 다짐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꾸준함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1) 포기하고 싶은 마음보다 버티는 마음을 약간만 더 높이기 2) 일단 시작하고 수습하기 3) 당장 할 수 있는 눈앞에 있는 것에 몰입하기이다. 하나만 그럴 듯 하게 해도 잠들 때 충만할 것 같다. 하루하루가 중요한거라, 언제 달에 닿을지는 덜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