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헬스장을 등록하면서 결심했다. 나를 믿지 않기로. 전략을 바꿨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성공. 운동은 그다음. 출석만 잘하기로 했다. 일단 헬스장 가는 일을 공기처럼 가볍게 만들기로 했다. '이제 기부천사 말고, 직접 가서 땀 흘리고 싶어..!'
첫날,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유튜브를 켰다. 좋아하는 예능을 틀었다. 천천히 걸었다. 3킬로를 천천히 걸었다.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조금 더 하고 싶은데.' 그 생각이 들 때가 멈출 타이밍이었다. 크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운동을 끝냈다.
며칠 동안은 여전히 3킬로만 천천히 걸었다. 여전히 '조금 더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생각을 경계했다. 지금 더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오늘 할당량에서 멈췄다.
3킬로만 계속 걸으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헬스장 가는 건 그렇게 귀찮지 않았다. 운동하면서 힘든 기억이 없으니 갈만 했다. 이젠 헬스장에 출근 잘한다. 운동하러 가는 일이 거부반응이 아주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씩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속도도 올리고 시간도 늘렸다. 할 만했다.
이전에는 첫날부터 불태웠다. '이번엔 진짜 한다!' 하면서 1시간 동안 치열하게 운동했다. 다음 날 몸이 아팠다. 그다음 날은 안 갔다. '오늘은 쉬어야지' 하다가 그냥 끝. 이번에는 반대로 했다. 첫날부터 별로 안 힘들게. 뇌가 '운동 별로 안 힘든데?' 착각하게. 뇌를 속이니까 매일 갈 수 있었다.
오늘도 헬스장에 간다. 운동복을 입으면서 생각한다. 매년 새해 소망에 '운동 꾸준히 하기'를 적었었지. 그리고 매번 실패했었지. 그런데 이번엔 됐다. 비결? 열심히 안 하기로 했다. 신발을 신는다. 이제는 새 신발이 아니라, 닳은 신발. 처음엔 공기처럼 시작하면 된다. 조금씩, 천천히의 힘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