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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Dec 04. 2023

운동하는 것을 공기처럼 가볍게 만드는 방법

새해소망으로
'운동 꾸준히 하기'를 적었다.
그리고 매번 실패했다.

그런데,
 
이제는 매일 운동을 간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올해 가장 뿌듯한 일 중에 하나다.




처음 헬스장을 등록했을 때, 나는 나를 믿지 않기로 했다. 헬스장을 처음 등록한 게 아니니까. 그전에는 나도 기부천사였다. 일주일은 잘 나가고 한 달쯤부터는 자연스럽게 안 갔다. 등록한 사실조차 잊혀질 때쯤이면 헬스장에서 연락이 왔다. 사물함 반납해야 한다고, 운동화를 찾아가라는 문자였다. 몇 달 만에 찾아간 헬스장의 사물함을 열어보니, 열심히 하겠다고 새로 산 운동화는 아직도 새 신발이었다. 그런 숱한 경험이 나를 믿지 않게 만들었고 전과 다른 색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헬스장을 자주 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헬스장을 다니는 것이다. 출석도장을 찍는 것에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달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저 헬스장에 가기만 하면 그것만으로 성공이라 생각했다. 운동은 그다음이다. 일단 헬스장에 가는 일을 공기처럼 가볍게 만들기로 했다.




새로운 헬스장에서의 운동 첫날은 가장 호기롭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절제하고 가장 가볍게 운동했다.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힘이 들지 않을 정도로 걸었다. 그렇게 첫 달은 러닝머신 위에서 가볍게 걸었다. 나는 3킬로를 적당한 걸음으로 걸었다. 더 걸을 수도 있지만, 크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운동을 끝냈다. 중요한 건, '크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멈추는 것이다. 그랬을 때, 다시 또 헬스장을 찾고 싶어 진다.




만약 운동 첫 단계에서 호기로운 마음 그대로 불타올라 운동을 하면 그날 할당된 운동양을 넘어서게 된다. 처음부터 열심히 달리면 역효과가 난다. 다음 날 집에서 운동 갈 생각을 하면 거부 반응이 올라온다. 운동을 강하게 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나의 뇌는 '운동은 진짜 힘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운동 정말 가기 싫다'는 마음이 생긴다. 뇌는 힘든 것을 피하고 싶어 한다. 뇌는 어려운 것을 싫어한다. 뇌가 '운동은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이라는 인상을 받으면 몸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렇게 아주 놓아버리게 된다.




그 경험으로 나는 어떤 일을 꾸준히 하려면, 습관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최대한 가볍게 임하기로 했다. 뇌에 '운동은 아주 약한 거야'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로 했다. 그럼 운동을 하러 갈 때, 나의 뇌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운동을 갈만한 것'이라는 생각에 심리적 압박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 마음속에서 '조금 더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나는 그 생각을 경계했다. 지금 더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오늘 할당량에서 멈췄다. 헬스장에 자주 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니까. 그렇게 더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의 뇌는 '운동하는 거 할만하네?!'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운동에 대한 마음가짐이 가벼워졌다.




헬스장에서 운동 첫 한 달은 적당히 가볍게 지냈다. 출석률을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 헬스장에 가는 일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아 졌다. 요가원에 가지 않는 날엔 헬스장 가는 일이 당연해졌다. 헬스장에 가는 일이 거부반응이 아주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 때, 조금씩 운동의 강도를 높였다. 뛰는 거리를 조금씩 늘렸다. 스피드를 조금씩 올렸다. 근력 운동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운동 시간, 속도, 강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운동기구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고 싶어서, 헬스장 가는 일을 아주 가볍게 만들기로 했다. 출석만 하기로 했다. 조금 더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은 있지만 거기서 멈추고 집에 갔다. 그러자 헬스장 가는 길이 정말 조금씩 가벼워졌다. 가는 일만 잘 만들어놓으면 거기서부터는 선순환이다. 집 밖을 나서는 게 어렵지, 운동하는 곳에 있으면 운동은 하게 되니까.




헬스장을 꾸준히 가는 일에 실패했다면, 그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부터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많은 의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 뇌가 '운동은 정말 힘든 것'이라고 선입견을 갖고서는 지레 겁먹는다. 반대로 할 수 있는데도 조금씩만 늘려가면서 뇌에게 '운동은 할만한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니, 정말 할 만한 게 되었다.  

 

 


나중에 운동의 강도가 높아지면 그땐 마음이 무거워질 텐데 어떡하냐고? 그땐 그 강도를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체력도 늘어나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 또한 그 운동의 강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겠다. 그러니 처음에는 가볍게, 천천히의 마음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가 한참 올라가 있는 모습을 알아차릴 것이다.  




처음부터 누가 마라톤 풀코스를 뛸 생각으로, 달릴 수 있겠는가. 뛰다 보니 마라톤도 뛸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는 것이다. 풀코스를 뛰는 사람도 시작은 1킬로부터 시작했다. 1킬로, 3킬로, 5킬로 그리고 그때서야 '어?! 이 정도면 나 10킬로는 뛸 수 있겠는데?'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게 또 달리다 보면 '어?! 이 정도면 나 하프 마라톤은 뛸 수 있겠는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때부터 또 연습하면 '이제 풀코스 출전해도 되겠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들 것이다. 조금씩, 천천히의 힘은 위대하다.




운동을 공기처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더니,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을 끝나고 옷을 챙겨 입고 신발을 갈아 신을 때 가장 뿌듯하다. 땀을 흠뻑 흘렸지만 마음은 아주 개운하다. 그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 참 좋다. 그래서 매일 운동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 운동한다. 기분이 좋을 때 운동을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니까. 마음이 좋지 않을 때도 운동을 간다. 운동으로 건강하게 풀어내고 싶으니까. 운동을 한다고 현실적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땀을 흘리고 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력과 감정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부단히 운동할 수밖에.




나도 새해 소망으로 매해 '운동 꾸준히 하기'를 적었다. 그리고 매번 실패했다. 그런데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몸은 더 가볍게 출석만 하자는 생각으로 헬스장을 다니니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꾸준히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 그 도전의 시작점은 아주 가벼운 마음 하나면 된다.




이번에는 전략을 바꿔서 '아주 가볍게' 쌓아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천천히 가다 보면 언젠가 마음이 알아차린다. '너 이제 더 많이 뛸 수 있어. 하고도 남아.' 조금씩 내 몸이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범위가 달라진다. 넓어진 그 범위 안에서 나는 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또 그 일을 반복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최선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고, 어느새 강한 체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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