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동안 버렸다

고요를 들였다

by 제인톤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물건을 버렸다. 읽고 쌓아둔 100권이 넘는 책,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 빛바랜 액세서리. 보지 않은 예전 다이어리들.



처음엔 하나씩 고민하며 버렸다. "이건 다시 읽고 싶어질 수도 있잖아..', '입으면 예쁠 것 같은데..' 하지만 2시간쯤 지나자 손이 과감해졌다. 망설이지 않고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면서 느껴지는 해방감이 좋았다. 6시간 후, 쓰레기봉투 10개가 현관 앞에 쌓였다.




집에서 쉬는데 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있어도, 침대에 누워 있어도 뭔가 복잡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았다. 쌓인 책, 걸린 옷, 서랍 속 액세서리, 구석에 밀린 박스들. 눈을 감아도 그것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집이 나를 쉬게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버리기로 했다.



버리기 시작했다

"언젠가 입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걸어둔 옷들. 그런데 수년 동안 입은 옷은 늘 같은 옷이었다.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버렸다. 후회하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물건을 계속 버리면서 숨통이 트였다.



책장이 비었다. 옷장이 여유로워졌다. 서랍이 텅 비었다. 와 해방되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소파에 앉아서 생각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물건이 그렇게나 많이 사라졌는데, 없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빈자리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있을 때는 몰랐던 '복잡함'이 사라진 게 느껴졌다.



나는 집에서 조용히 에너지를 채워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집이라는 공간은 쉼을 닮아야 했다. 집이 점점 더 간결해지는 모습으로 바뀔 때마다 마음이 무언가에서 해방된 것처럼 좋았다. 한결 깨끗해지고 단정해진 집을 보면서 그때서야 그동안 집에서 복잡한 것들에 시선을 뺏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필요한 무언가에 속박되어 나의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건이 있을 때는 몰랐다. 없어졌을 때 비로소 얼마나 시선을 빼앗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쉬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물건을 들일 때 묻는다. "이게 내 시야에 있어도 괜찮은가?" 답이 애매하면 들이지 않는다. 분명하지 않으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니까.



내가 집에게 원하는 건 고요함이었다. 쉼이었다. 집이 비어 보이면 허전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채워진 느낌이 든다. 내가 원했던 건 물건이 아니라 고요함이었구나를 느낀다. 채우고 싶었던 게 아니라 비우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은 이런 쉼의 결을 닮길 바랐던 거였다. 조용함, 여백, 단정함. 소란스럽지 않은 것을 원했던 거였다.



집이 비워졌다. 마음도 비워졌다. 버리고 나서, 나는 집에서 쉰다. 집에서 에너지를 채운다. 6시간 동안 버리고 고요를 들였다.



3개월 후

시간이 흘렀다. 버린 물건 중에 다시 산 것은 없다. 버려서 후회하는 물건도 없다. 기억조차 안 났다. 집 안을 다시 둘러보니, 또 버릴 게 보인다. 이번엔 뭘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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