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방이 완성되었다
책을 읽고, 일을 하고, 잠시 머물던 공간이 드디어 내 취향으로 정돈됐다. 예전엔 굳이 꾸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기능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이 머무는 공간이 필요했다. 매일 드나드는 그 방이 쉼을 닮은 공간이길 바랐다.
전에는 서재를 단지 일의 연장선으로만 여겼다. 책장엔 책을 쌓고, 책상엔 노트를 펼치고, 의자는 그저 앉는 도구였다. 그 방에는 내 취향의 여백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나만의 결이 담긴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나를 단정히 정리해 주는 공간.
책장과 책상, 의자 모두 오래 쓴 것들이라 바꾸기에 딱 좋은 시점이었다. 덕분에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기 합리화가 잘 끝났다.
공간이 아름다우면 마음의 결도 맑아진다. 집 안 어딘가에 나의 취향이 담긴 방이 있다면, 그 방을 들어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게 합당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나의 로망을 실현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나만의 서재를 빚어보기로 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던 5단과 3단 책장을 당근마켓에 나눔 했다. 감사 인사를 건네며 책장을 실어 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결혼 전부터 함께한 가구였지만, 떠나보내며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책장이 빠져나가자 방 안에 여백이 생기고, 공기가 환하게 맑아졌다.
그 자리에 거실에 두었던 책장을 들였다. 이사 올 때 나에게 선물했던 낮고 깊은 책장이다. 단정한 비율이 공간의 개방감을 살려주었다. 책상은 운 좋게도 당근에서 상태 좋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찾았다. 다른 가구들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의자만큼은 새로 사고 싶었다. 늘 무채색을 선호하지만, 이번엔 마음이 끌리는 오렌지 색을 골랐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서재방에 들어설 때마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오렌지 색이 기분전환이 된다. 주름졌던 화이트 커튼은 크림빛 블라인드로 바꿨다. 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의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제 서재의 책장, 책상, 의자, 커튼 모두 나의 결로 바뀌었다. 단지 '일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공간' 되었다. 좋아하는 책장이 있고, 좋아하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고, 그 옆엔 좋아하는 시집과 그림이 있다. 벽면에는 좋아하는 엽서 몇 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좋아하는 것들이 시야에 많이 들어온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 공간이 더 좋아진다.
매일 들어서는 공간을 단정히 가꾸는 일은 결국 나의 기분을 돌보는 일이다. 그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배려다. 계속해서 서재방을 나의 로망으로 아름답게 더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