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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l 11. 2021

브런치 합격, 그때는 틀렸고 지금이 옳은 이유

드디어 첫 글 발행합니다


21.07.08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다.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작가들만 글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괜한 도전 욕구로 작가 신청을 한 적이 있다. 드라이브에 쌓인 메모와 일기가 많아서 그중에서 잘 골라 보내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기준 나름 잘 썼다고 생각해서 셀렉한 3편의 글이 담긴 작가 신청 결과는 거절이었다.



작가 신청은 자기소개, 목차, 3편의 글을 보내야 하는데, 이 3가지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빨리 신청하고 싶은 마음에 어떠한 정리도 없이 묵혀둔 글을 꺼내 그저 신청만 한 것이다. 실력보다 운으로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덜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자기소개와 어떤 주제를 어떤 톤으로 말하고 싶은 건지 구체적이지 않은 목차였겠다. 나란 사람이지 보이지 않는 글은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일회성의 작가 신청의 결과는 금방 잊혀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브런치는 자주 애용했다. 휴대폰에 브런치 앱을 다운받고 이작가라는 폴더에 넣어놓고 관심 주제가 생기면 읽었다. 브런치에 내 글을 발행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나의 글도 드라이브에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다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작가소개와 목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썼다. 내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심사위원이라면, 자기소개의 짧은 글에서 이미 판가름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구체적인 것과 길게 쓰는 것은 다르다. 길게 쓴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더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럴 바엔 나를 지칭하는 별명 같은 한 단어가 나을지도.



작가 소개와 목차를 쓰고 나니, 3편의 글이 필요했다. 더 많은 글들이 쌓였기 때문에 '거기서 또 잘 고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또 했다. 하지만 그 생각과는 반대로, 앉은 그 자리에서 새롭게 3편을 완성시켰다. 내용은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쓰려고 했고 미사여구는 최대한 뺐다. 그러한 스킬은 훗날 호사를 누리자.



왜 때문에 나는 전에 써놓은 글 중에서 고르지 않고 새 글을 작성했을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의식의 근자감이었다. 거절 메일을 받은 이후로도, 읽고 쓰는 것을 계속해오고 있었으니까. 그게 연습이었고 어느새 내 글을 믿고 있었다. 제일 잘 써진 글 말고 지금 새로 쓰는 글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 글이 승인된다면 어느 정도의 근자감을 확인받는 것이고, 거절당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내 드라이브에 계속 쓰면 되는 것이었다. 쏘 심플.





작가 합격, 그때는 틀렸고 지금의 타이밍이 옳다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 합격할 줄 알았는데, 진짜 합격해버린 느낌. '훗. 너란 녀석, 날 알아봐 주는군!' 단번에 알아봐 주지 않았어도 하나도 얄밉지 않았다. 이제라도 나를 작가로 처음으로 지칭해준 브런치니까. 이름도 예뻐라.



나는 오히려 지금 작가 승인 메일을 받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편이기도 하지만, 정말 그렇기도 하다. 빨리 좋은 결과를 냈을 때에는 시작의 기쁨은 크지만, 그 끝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나의 작가 합격 타이밍은 지금이 옳다.



단번에 작가가 되었다면, 브런치에 발행된 글까지 사람들이 읽었을지는 의문이다. 종합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 물론 글을 잘 쓴다고 사람들이 반드시 많이 읽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못쓴 글에 재미있는 글이 더 인기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의 내 글엔, 꾸준히 읽게 만드는 무언가도 부족했다. 쓴 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눈도 낮았고 날 것의 감정일기를 쓰고 있었다.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날 합격 메일을 받았더라면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의 활동은 오히려 작가라는 이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다시 드라이브 일기장 폴더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이제야 와서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 좋다.

제일 좋은 점은, 이제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구독해서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내 글을 혼자 쓰고 혼자 보고 싶은 거라면, 일기장에 쓰면 된다. 하지만 작가로 활동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는 것이다. 그 준비를 계속 연습해왔다. 묵혀둔 글을 정제할 수 있는 객관성을 이전보다 레벨업 해서 돌아왔다. 브런치에서는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아이지만, 오래전부터 시작해온 것을 이제야 꺼내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운으로 시작한 기회가 있어도 그것을 내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실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에는, 오히려 움츠러든다. 하지만, 큰 무대가 처음 주어지더라도 이미 연습해 놓았던 것들이 있다면 그 무대를 마냥 즐기고 싶어진다. 연습은 끝이 없기 때문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지만 이쯤이면 꽤 좋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이브에 묵힌 글들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무척 설레인다.



feat. 페리카나 치킨

엄마가 치킨을 사서 들어오셨다. 남편은 방금 양치를 했고 엄마는 치킨을 먹고 왔다. 그래서 닭다리 두 개는 내가 다 먹었다. 이래저래 오늘 내가 되는 날이다! 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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