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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톤 Jul 12. 2021

소녀시대 서현의 장래희망

어쩌다 낭만적인 여자가 되었다


서현은 장래희망으로 "낭만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예전에 했던 낭만적인 행동들을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중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거나 꽃을 주고받는 것들이 굉장히 낭만적이고 고마운 일들이지 않나. 이 행동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하면서 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아는 형님 프로그램 서현님편을 보다가, 그녀는 장래희망을 낭만적인 여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는 어휘가 아니라서 그런지, '낭만'이란 단어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그만큼 그 낭만에 해당하는 행동들 역시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들( = 잘 안하게 되는 것)이 포함되는 것 같다. 나는 서현님이 말한 낭만적인 여자를 '소중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싶은 사람'으로 해석했다.  



나는 이따금씩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꽃을 선물해왔다. 낭만적인 행동이라고 의미부여는 안 했지만,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무언가에 대해서 글을 쓰는 순간들이 꽤 낭만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편지와 꽃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형태라서 일방적으로 매일 할 수 없다. 손편지를 많이 써 본 사람으로서 정성도 정말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일선물이기도 하다. 이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편지를 쓸 때 답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쓴다. 요즘 같은 시대, 카톡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을 답할 수 있고 그것 또한 아주 고마운 일이니까.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 편지를 써준다면 소장각이다.



편지의 내용, 글자 수는 중요치 않다. 단 몇 줄이라도 편지를 써주려고 한 그 마음이 예쁜 거니까. 꽃보다, 꽃집에 들러 꽃을 고르는 시간을 내어준 것이 고마운 것처럼. 그래서 손편지를 보내준 사람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사람도 누군가에겐 편지를 보낼 만큼 섬세하고 다정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는 무심한 사람이니까. "원래"라는 건 없다. 어떤 의미에서라도 나도 뱉은 적 있겠지, 그렇담 반성한다. 여하튼, 어떤 사람이 보여준 정성스러운 일부분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겠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제약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매일을 낭만적으로 살 수 있다

난 어쩌다 이 낭만적인 행위를 하게 되었을까. 물론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쓴 건 아니다. 어렸을 땐 책과 거리가 꽤 멀어서 엄마가 만화책이라도 읽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항상 책을 가까이하셨는데 가끔씩 내 책장에 꽂아두셨지만 나에겐 그저 장식용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편지엔 책 추천 목록도 함께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pass 했다. 하하.



그러다 본격적으로 많은 책을 접하게 된 건, 대학교 때부터이다. 문학 책을 읽고 분석하는 과제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과제에 허덕이다가 어느새 문학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었다. 책며들었다. 번역된 책으로 읽느라 영어는 늘 리가 없다. 그래도그 덕에 시간을 벌고 책 한 권 더 많이 읽는 걸로 합리화했다.



처음엔 문학 책 내용은 왜 때문에 주인공들은 다 미쳐있고 제대로 된 정상인이 없는지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내가 만난 수많은 등장인물들 덕분에 공감능력은 점점 배로 늘어났다.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 있을 뿐이고, 똑같은 상황에 처해본 적 없는 거라면 난 그저 추론만 할 뿐이고, 그 어떤 사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한다.



물론 살면서 이해 안 가는 사람과 상황도 있어서 욕도 한다. 그래도 결국 돌아와서 다시 내가 염두한 것을 인지한다. 안 되는 게 있긴 하지만.. 이럴 땐, 그냥 나도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노력한다. 어렵다.



몇 년 동안 그렇게 과제와 시험 때문에 읽는 것이 생활이 되니, 공강 시간에는 거의 도서관에만 있었다. 그게 자연스러웠다. 여대는 뭐든 혼자 해도 이상한 법이 없다. 지극히 정상이다. 큰 장점이다. 교내 북 관련 강연이 있으면 홀로 참여했다. 누군가 강요한 게 아니었는데 북 강연을 혼자 즐겼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다나다.



졸업한 후에도 먼 곳까지 북 강연을 잘도 다녔다. 난 은근 열정파다. 되돌아보니 책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각할수록 많다. 어떻게 살았더라도 책은 가까이했겠다 싶다. 여하튼, 이렇게 쌓인 시간들이 이젠 내가 알아서 찾아서 읽고 쓰게 만들어주었다.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라디오스타스러운 질문을 받는다면?

나에게 책이란 힐링되는 친구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가까이하고 싶고 또 보고 싶고 배워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마냥 채워지는 느낌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공부를 위해 읽는 책도 있지만 지금 그러한 종류의 책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힐링용과 공부용은 아주 다르다. 읽는 책 종류는, 그때그때마다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편향된 독서에서 조금씩 다른 분야로도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모르던 세상을 알게 돼서 반갑고 어렵고 재밌다.



어떤 날엔 소파에 앉아 하루 종일 읽는다. 이때, 나는 다른 사람의 내가 된다. 저 세상 집중력이다. 오히려 이러면 안 되나 싶어 좀 움직여준다. 너무 책만 읽는 것 같아 밀린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방을 청소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읽는다. 이럴 때 하는 집 정리는 잠시 머리를 비우는 타임인데, 청소 끝나고 읽는 글은 더 꿀 맛이다.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필사를 하거나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읽는 것보다 쓰는 건 시간이 배로 걸린다.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머리에서 꺼내서 적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문장에 정확하게 안 담긴다. '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엉망진창이다. 어휘력의 탓인가 싶으면서도, 쓰면서 늘겠지라는 마인드로 쓴다. 쓰다 보면 또 잘 써진다. 글도 수정하면 할수록 다듬어지는 게 눈에 촉촉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 익숙하다. 어린이 시절엔 숙제로 일기를 쓰고 상을 받는 게 당연했고 학창 시절엔 친구들과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편지를 주고받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땐,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남자 친구 (지금의 남편) 에게는 일방적으로 편지를 받았다. 또 일기를 계속 써왔다. 어떤 형태로든 글과 친하게 보냈다.






이미 하고 있는 것들에 익숙해져서 어떤 기분을 만드는 건지 조차 모를 때가 많다. 서현님의 생각을 인지하고 난 후부터는, 책과 글을 가까이할 때마다 괜스레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훗. 낭만적인 행동을 계속하면서 살고 싶다. 소중한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나에게는 내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낭만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덤으로, 10페이지 읽을 때마다 현금이 적립되는 벨이 울렸으면 좋겠다. "띵동 띵동"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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