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우리 가족은 이민컨설팅하시는 분의 여동생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한국사람이라 말도 잘 통하고, 또래 언니도 있어서 나는 그 언니와 친하게 지냈다.
분명, 같은 한국 사람인데 대화를 하다 보면 문화가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 언니는 어릴 때 와서, 동생이랑도 영어로 대화하는 걸 보니, 마냥 신기했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영어를 유창하게 잘할 수 있겠지?'
잔뜩 기대감에 들떠, 하루하루 뉴질랜드 생활에 적응해 나갔고,
이민컨설팅하시는 분이, 우리 가족들에게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라는 권유를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투어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타는 버스투어는, 나를 멀미 나게 했다.
버스만 타면 그렇게 잠만 자댔다.
밖의 풍경은 보지도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고 엄마는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
이 좋은 풍경을 보지도 않고 잠만 잔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창, 중2병 사춘기가 온 시기였는지도 모르겠다.
버스를 오래 타는 것도 힘들고,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에 지루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여름의 뉴질랜드는, 해는 뜨겁다 못해 따갑고, 바람은 시원해서
한국의 여름과는 전혀 달랐다. 햇빛에 나가 있으면 덥고, 그늘로 들어가면 춥기까지 했다.
신기한 뉴질랜드의 여름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북섬을 여행 다니면서, 우리 가족이 했던 투어는,
케이프 레잉가&나인티마일비치 버스투어.
모래썰매를 타고, 끝없는 모래사장을 버스 타고 달리고,
뉴질랜드 북섬 최북단 (Cape Reinga) 등대.
그리고 배를 타고 돌고래도 보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너무 좋았던 건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다시 여행 가고 싶은 곳들임엔 분명하다.
이렇게 예쁜 뉴질랜드라는 나라에서 내가 살게 되었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중2병의 사춘기였던 나에겐,
처음 도착했을 때의 설렘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하루하루는 심심함, 지루함, 재미없음이었고,
당시 핸드폰도 없고, 친구들과 연락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있었지만, 집 전화가 안되고,
내가 유일하게 심심함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인터넷을 하게 되면, 잠깐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없었으니까.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며 지냈다.
그렇게, 나의 뉴질랜드에서의 첫여름은
심심하고, 지루하고, 그저 친구들이 보고 싶은 중2.
고작 15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