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의 상처

분유맛을 알아버린 알콩이-

by 코리안키위 제인

알콩이는 누굴 닮았나?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았지.

엄마 몸의 부기가 덜 빠져서 엄청 뚱뚱해 보여.

그래도 예쁜 엄마하고 싶으니까 관리 열심히 해볼게.

엄마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우리 알콩이는 태어나면서 바로 분유를 먹게 됐거든.

엄마 젖을 물렸는데, 간호사가 말했듯이 우리 Lazy girl은 젖을 물지도 않고 빨지도 않고

근데 배고프니까 울음소리는 커지고 해서 보호기를 끼고 물려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우리 알콩이는 그냥 저절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듯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엄마는 최선을 다했단다.

결국, 도저히 안 되겠어서 엄마는 유축기로 모유를 뽑아서

젖병에 담아 분유랑 모유랑 번갈아가면서 먹였거든?


처음엔 잘 먹어주더니, 분유맛을 알았는지 모유를 열심히 젖병에 담아서 너에게 물렸는데.

오잉? 네가 헛구역질을 해대는 거야?

그래서 아닐 거야, 잘못 봤어. 내 눈이 이상한 게 틀림없어라며

엄마 스스로 위로하고 다시 물렸거든?

이번에도 먹고 뱉더니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는 널 보고 엄마는 충격을 받았지.


젖양도 줄었겠다, 그래! 분유 먹자. 엄마도 분유 먹고 컸어. 아주 잘 컸다고!!

그래서, 분유로 아예 갈아타고 엄마는 너무 신났었어.

사실은 생맥주 한잔이 그렇게 마시고 싶더라?

알콩이가 뱃속에 있을 때였는데, 만삭이었어.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생맥주 한 잔이 너무 간절한 거야.

그래서 알콩이 낳으면 마셔야겠다 싶었는데, 웬걸?

몸조리도 해야 하고 모유수유도 해야 하기에 안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들었던 거지.

그런데? 알콩아.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거니?

어쩜 이렇게 모유를 먹다가 헛구역질에, 고개까지 돌리고 말이야. 엄마 상처받았어.

그래도 이제 생맥주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겠네? 만감이 교차하더라.

좋으면서도, 왠지 서운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콧바람이 너무 간절한 거야.

할머니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는 몸을 꽁꽁 싸매고 아빠와 함께 외출을 했지.

그리고? 그렇게 간절했던 생맥주 한 잔을 마셨더랬지.

모유는 아예 끊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었지, 안 그랬으면 엄마는 입에 대지도 않았을 거야.

엄마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한 우리 알콩이는 효녀인 거니,

아니면 엄마의 모유가 그리도 맛이 없었던 거니?

아무튼 고마워, 알콩아!

상처받은 마음을 생맥주 한 잔으로 풀게 해 줘서.



하루 종일 쿨쿨 잠만 자는 우리 알콩이.

힘이 어찌나 천하장사인 건지, 모로반사 때문에 속싸개로 꽁꽁 싸매면 보통 잘 잔다고 하는데,

넌 아예 정반대였어. 불편한 건지, 답답한 건지 낑낑대다가 기어코 손을 빼내고 자더라?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스와들업으로 고정시켜 놓아도 싫어하더라고.

배냇저고리에 손싸개가 있어서 그냥 풀어줬지, 뭐.

그랬더니, 곤히 잘 자더라. 우리 알콩이. 꼬물꼬물거리는 게 귀여워서

자꾸 만져서 깨우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지.

넌 아주 잘 먹고, 잘 싸고, 하루하루 쑥쑥 잘 커주고 있구나.

트림도 아주 시원하게 하는 걸 보니, 엄마가 다 뿌듯하더라.

근데, 언제쯤 눈을 떠서 엄마랑 놀아줄까?

얼른 엄마랑 놀자, 알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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