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기부터 시작해서, 걷기까지의 모든 과정들.
혜리야, 넌 좀 늦게 뒤집은 편이긴 한데, 한 번 뒤집기 시작하더니 수시로 뒤집는 거야.
그래놓고 힘드니까 낑낑대다가 뿌엥 울음을 터트리는 너.
엄마는 그런 네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마구 찍었어.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또 홀까닥 뒤집어버리는 너.
그 덕분에 엄마의 손목은 쉴 틈이 없었단다.
뒤집는 건 좋은데, 수시로 뒤집진 말란 말이다.
네가 주먹고기를 먹으며 찡얼거리길래, 확인해 봤더니 오잉? 첫니가 나오기 시작하네?
그래서 그동안 손에 집히는 건 죄다 물고 빨았구나.
우리 순둥이 겨울에 태어난 넌, 열이 많은 체질이라 추위에 강하더라고.
과일망에다가 과일을 담아주면 그걸 아주 쪽쪽 맛있게 빨아먹고 있는 너.
힘이 좋아서 그런지, 배밀이도 엄청 힘차게 잘하는 너.
이제 엄마가 핸드폰만 들이밀면 사진 찍는 걸 아는지, 예쁘게 웃어주는 너.
너의 입맛에 맞을까, 안 맞으면 어쩌지 조마조마한 마음에 쌀미음을 처음으로 먹여봤는데,
오잉? 분유도 워낙 잘 먹었는데, 쌀미음 한 번 먹어보더니
더 달라고 달려드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빵 터져버렸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쉬운 건 아니지만, 왜 행복한지 알 것 같더라.
네가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에 겨워 웃다가 북받쳐서 행복의 눈물도 여러 번 흘렸더랬지.
이놈의 호르몬 정말.
하도 뭔가를 빨아대길래, 보면 너의 주먹을 쪽쪽 빨고 있는 거야.
손을 매번 닦아줘도 안 될 것 같아서 엄마는 쪽쪽이를 물렸더랬지.
사실, 쪽쪽이를 웬만해서는 물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그게 쉽진 않더라.
물리니까 너무 편하더라고. 신세계가 열린 거지.
이제 제법 앉아서 장난감 갖고 잘 놀기도 하고, 깔깔 혼자 웃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너.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책장에 있는 책들 꺼내고 펼쳐보더니 찢어버리고.
너도 엄마 닮아서 필기도구랑 책에 관심이 많은가 봐.
다 좋은데, 엄마가 아끼는 물건들 좀 탐내지 말아 줄래?
기어 다니면서 바닥에 있는 것들 아무거나 주워 먹으니
엄마는 널 쫓아다니면서 청소하고, 치우고 반복이었어.
장난감 자동차가 생긴 후로는 그것만 탄다면서 엄마한테 밀라고 하는데,
하루에 수백 번은 밀어줬나 봐. "이제 혜리가 해볼까?" 하면,
그렇게 후진으로 가서 여기 쿵 저기 쿵 부딪히는 너를 쫓아다니느라
엄마는 쉴 새 없이 바쁘게만 지냈지만, 그 시간들이 어쩜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는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엄마는 널 데리고 친정으로 가서 엄마밥을 먹으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어어어? 하는 할아버지의 다급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엄마는 네가 다쳤을까 봐 부랴부랴 달려갔지.
그랬더니 네가 갑자기 혼자 앉았다가 끙차 하면서 천천히 일어나더라고.
너도 엄마 닮아서 조심성이 많은 것 같아.
엄마도 어렸을 때 조심성이 많아서 다치는 일은 하지 않았거든.
근데, 너도 그렇더라고. 그게 너무 신기한 거야.
이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지. 엄마는 핸드폰을 못 찾아서 할아버지한테 외쳤어. 얼른 찍으라고.
넌 몇 걸음 걷다가 풀썩 주저앉아 버렸는데,
환호하고 행복하게 웃는 엄마랑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더니 재미있고 신나는지
한 번 더 일어나 아장아장 엄마한테 걸어오는데, 엄마는 정말 감동했어.
너무 신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널 안고 폴짝폴짝 뛰었어.
어찌나 기특하고 대견한지.
그렇게 넘어지고 다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더니
결국, 몇 걸음을 혼자서 걷는 널 보면서,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 정말 신기하구나 느꼈지.
네가 걷기 시작하면서, 모든 물건들을 만지고 다니는데 어찌나 빠른지,
엄마는 따라잡을 수가 없겠더라. 사고뭉치가 되어버린 너. 어쩜 좋을까?
엄마 힘드니까, 이제 제발 좀 자자. 너의 체력은 정말 따라잡을 수가 없어.
잘 때만 되면, 그렇게 울어대고 같이 침대에 누워도
엄마 머리카락으로 장난치는 너를 재우려고 엄마는 강제 드라이브를 선택했는데
네가 잠들면 주차장에 들어와, 곤히 자는 널 안기만 하면 어떻게 알고 깨서 우는 거야.
결국, 한 번 더 드라이브를 하고 오면 주차장에서 네가 깰 때까지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 기다렸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엄마에겐 크나큰 행복이고 기쁨이었어.
고마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세상에서 제일 큰 선물을 받았어, 엄마는.
우리 앞으로도 지지고 볶고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