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남기는 연습
어느 순간부터,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감정을 풀어내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기록을 했다면,
이젠 내가 경험한 것들을 나열하면서 쓰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기록을 남겼다.
처음엔 일상에서 겪었던 경험들에 대해서 기록을 했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난 후, 집에 와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 세세하게 적었다.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점은, 나는 정말 집안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해내는 나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적었다.
사실, 서재에 앉아서 글 쓰고, 책을 읽으며 자유시간을 마음껏 보내다가
아이를 픽업해 집에 오면 그때부터 나의 집안일은 시작되곤 했었다.
다 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워 쉬었다.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나에겐 그게 최선이기도 했다.
저녁에 아이를 재우고 나면, 다시 서재에 들어와 글을 썼다.
집중할만하면, 아이가 울면서 깨,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안아서 달래주면서 같이 잠든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 때마다 현타가 오곤 했었다. 이게 맞는 걸까?
내 글도 써야 하고, 내 꿈도 포기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엄마라 미안하다 말하면서 정작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올라오는 감정들을 풀어썼고, 이걸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아이가 오기 전에, 어느 정도 치워두고
아이가 집에 오면 하루에 30분이라도 신나게 놀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돌아오면, 책도 읽어주고 같이 몸으로 부대끼며 놀아줬더니
아이가 만족하면 이제 엄마 글 쓰러 가. 하며, 보내주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엔, 제일 어려운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감정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세세하게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눈에 보였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쉽게 정을 주고, 금방 친해져서
이것저것 다 퍼주다가 결국엔, 이용당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나였다.
그래서 곧잘 상처도 받았고, 홀로 숨죽여 울기도 많이 울었다.
관계에 대해선, 강해지려야 강해질 수 없었다.
싫어도 거절하지 못하고 억지로 질질 끌려다니는 내 모습이 참,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남들은 거절을 쉽게 잘만 하던데, 나는 왜 거절을 하지 못할까?
왜, 자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그걸 끊어내지 못할까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동안 했다. 이걸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고민도, 생각도 참 많이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 싫은 소리, 혹은 무시하는 말투 등을 듣지 않아도 되니까.
그 시간에, 나는 글에 쏟아부었다.
매일 글을 쓰긴 했지만, 진심을 다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글을 써본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어?"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그냥, 글은 쉽게 쉽게 읽기 편하게 쓰자.
내가 읽어도 쉽게, 남들이 읽어도 쉬운 글을 쓰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쉽진 않았지만,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꽤-
봐줄 만한 글을 쓰고 있구나. 이렇게 지독한 연습으로 나는 나만의 글을 쓰고 있구나.
대견하다, 기특하다. 글은 쓰면 쓸수록 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