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 쓰고 싶은 욕심

책이 쌓이다, 그리고 정리를 하다

by 코리안키위 제인

어떻게 해야 기성작가들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나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아무리 책을 읽고, 비슷하게 써보려고 필사도 해봤지만 따라 하기식밖에 되지 않았다.

나만의 색이 필요했고, 나만의 색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곤 했다.


처음엔 일기부터 시작했던 게, 편지와 기도노트까지 확장이 되었고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 것에 게을리하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풀어내기가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서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집 안 곳곳에 책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소설책부터, 에세이책, 자기 계발서적, 그리고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까지

한 곳에 모아두려고 보니까 책장에 공간이 부족했고, 책장을 또 사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사하면서 책들 때문에 고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책들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번 읽었지만, 두 번은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이 책은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이미 실천 중이고.'

'이 책은 너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책이어서 별로.'


하다 보니, 내 손은 이미 책들을 추리고, 또 추리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진짜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책들만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글쓰기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론만 빠싹하고 실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책들은 정리를 했다.

이론만 빠싹하다고 해서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느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정말로 내가 딱 필요한 책들만 남겨두기로 했다.


대본집들은 늘 읽어도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으니까,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 대본 쓸 때 막히면 꺼내서 읽어보며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글쓰기 좋은 질문이라는 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이 또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 계속 간직해야겠다 싶었고,

에세이책들 같은 경우엔 내가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이 들 때,

많이 위로가 돼준 책들이어서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나중에 또 읽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

소설책은 긴 문장 탓에 잘 읽히진 않았다.

상상력을 더해주긴 했지만, 읽다가 금방 책을 덮고 다른 책을 꺼내기 일쑤였던 탓에,

소설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몽땅 선물로 주기도 했다.

자기 계발서적은, 저자가 자신의 자랑만 늘어놓고

핵심은 별로 없는 경우의 책들이 많아서 미련 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많던 책들을 추려서 정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책만 줄구장창 사들였지만,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어, 나 또한 조금은 놀랐다.

정말 내게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으니,

돈을 쓴 만큼 값진 배움을 얻게 된 것이다.


사람은 경험을 한 만큼 안다고 했다.

사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경험한 사람만큼 깊이 알 수는 없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사서 읽는 것이 아닐까?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깨달은 만큼, 책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책을 많이 사서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