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모전 준비하다.

by 코리안키위 제인

드라마 공모전은 대부분 연말에 공지가 올라와 새해초에 마감 하는 편이다.

그중, 제일 유명한 방송사는 아무래도 오펜, JTBC, SBS 이 세 곳이다.

1월 중순까지 마감기한을 지켜서 응모하면 당선자에겐 5월에 연락이 가는 시스템.

그전엔, 누가 당선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내가 쓴 작품의 피드백 또한 받지 못한다.

한 방송사에 몇천 편이 응모되는 대본들을 일일이 피드백을 해준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공모전들이 5월에도 있지만, 내가 제일 당선되고 싶은 곳은 단연 오펜이었다.

오펜은 작가를 양성해 준다는 베네핏이 있기에,

당선이 되면 제작사와 미팅도 진행해 줄뿐더러,

데뷔기회도 있고 개인집필실도 제공해 준다는 장점이 너무 많은 곳이다.

심지어 워크숍, 특강, 현장취재 등등 작가에게 필요한 것들을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돈을 떠나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당선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특혜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너무 가고 싶은 곳이었다.

한 번 오펜은, 영원한 오펜이 그래서 나온 말이구나 싶을 만큼.

그래서 늘, 연말과 새해초엔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동안 아이디어 적어놓은 것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나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공모전에 넣어도

지인이나 친척들의 전화번호를 적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내가 작가 되길 응원해 주는 지인들과 친척들이 있기에 매년 도전할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편접수였는데, 온라인 접수를 할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나에겐 정말 희망적이었다. 그래서 늘,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료조사까지 하면서.

정말 모르겠는 건, 챗GPT의 도움을 받거나,

책 속에서 찾아 나만의 색깔로 바꿔 대본을 완성해 나갔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보며

이 정도면 됐다 싶을 정도로 수정을 거쳐 응모를 하면, 끝이겠지만!

며칠 놀고 푹 쉬다가 다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소재를 찾아 이것저것 적어보다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무한 반복이다. 다음 공모전에 내야 하니까.


나는 아이디어를 찾고, 그것을 풀어쓸 때가 제일 재미있다.

막힐 땐, 한없이 막혀있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 갑자기 떠오를 때면 손이 날아갈 듯이 써댔다.

손목 아픈 줄도 모르고 쓰다 보면, 그저 뿌듯했다. 나 자신이.


물론, 드라마작가가 된다면 무한반복으로 아이디어를 발견해야 하고,

늘 소재생각에 머릿속이 터지겠지만, 지금 미리 연습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나를 단련시키는 중이라 생각했다.

진짜 당선이 된다면, 그땐 재미가 아닌 프로의 세계에 나도 발걸음을 옮기는 걸 테니.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뒤쳐질 거란 불안감이 엄습해 오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또 다른 걸로 발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


내가 생각했던 나의 문제점은 캐릭터와 기획안이었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않고 그냥 무난했고,

기획안부터 해서 제목까지 막히는 게 너무 많아 시간낭비를 제일 많이 하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매번 쓸 때마다 작년에 당선된 작가들의 작품을 다운로드하여 읽어보고 또 읽어봤다.

읽어보면서 기획의도부터 등장인물 그리고 줄거리까지 해서 제목을 짓는 거구나.

왜 다들 제목을 제일 먼저가 아닌 마지막에 짓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정도 가이드가 있어야 대본을 쓸 수 있으니,

기획안을 제일 먼저 작성해야 했지만 그때마다 괴로웠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읽어보며 내 글에도 적용을 시켜보았다.


내가 그래서 쓰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이 이야기를 캐릭터들을 통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성해 나가면 대본은 무난하게 쓰였다.

중간에 산으로 갈 때도 있지만, 그건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


여기서 궁금했던 점은, 진짜 현업 작가님들은 대본을 어떻게 쓸까였다.

그래서 작가님들의 인터뷰 같은 것도 많이 찾아보면서 보고 또 봤다.

내가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연습이었다.


그렇게 많은 고민을 거쳐 완성시킨 대본을 보면, 진짜 내 자식 같은 느낌이 든다.


작품을 응모하기 전, 항상 하는 말.


"이번엔 제발 당선돼서, 한국 가자!

나의 오랜 꿈을 위해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아

앞으로 남은 인생은 드라마작가로 살아보자!"


제출버튼을 누르면.

너무 고생했어. 나 자신! 이제 좀 푹 쉬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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