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 외에....

나는 어쩔 수 없는 글쟁이.

by 코리안키위 제인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루종일 글만 쓰는 건 아닐 거 아니야. 그 외엔 보통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

"나? 아침에 일어나서 애 도시락 싸서 학교 보내고,

집에 와서 모닝 다이어리 쓰고, 아침 챙겨 먹고...."


줄줄이 나의 일과를 얘기하다 보면, 친구는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구나." 한다.

결국, 글 쓰는 거 외엔, 아이를 케어하고,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나의 본업은 "엄마". 하지만, 굉장히 게으른 엄마여서 아이를 혼자 놀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이제 익숙한 듯,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손부터 씻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먹는다.

아이의 루틴이 있듯이, 나에게도 루틴이 있다. 매일매일 하는 루틴이자, 오래된 습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집안일보다 서재로 먼저 들어와 모닝 다이어리를 쓴다.

질문일기. (꿈이 있는 엄마의 5년 이야기) 한참,

질문일기가 유행일 적에 사놓고 써봐야지 했던 게, 벌써 5년을 쓰고 있다.

짧게나마 쓰다 보면 뭔가 힘이 나는 것 같아서 시작했던 일기였는데 너무 좋다.

모닝 다이어리를 다 쓰면, 바로 기도노트를 꺼내 작성한다. 주님께 편지를 쓰듯이.

이 또한 나의 굉장히 오래된 습관 중 하나다. 너무 힘들 때, 울부짖으며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일기를 쓰듯이 주님께 하소연도 하고, 비밀일기장처럼 끄적이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기에 꾸준히 쓰고 있다.

하소연이 감사로 바뀌는 경험을 늘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을 보면서 한참 깔깔 웃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을 챙겨 먹고, 다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겨 딸에게 쓰는 편지공책을 꺼낸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한쪽 페이지를 다 쓰게 된다.

그렇게 매일매일 쓰다 보니, 어느새 박스 한가득 쌓여 있는 공책 편지들이 눈에 보인다.


약속이 있는 날에는, 모닝루틴은 깨지지만, 하루가 끝나기 전에 다 마치려고 한다.

하나라도 적지 않으면 뭔가 느낌이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다.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랄까.

어쩌면 강박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맺어야 하는 성격이라 가능한 일인 듯싶다.


아이에게 편지까지 쓰고 나면, 그다음엔 나에게 쓰는 편지공책이 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나에게 쓰는 편지를 꾸준히 쓰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뭔가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아서 이 또한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젠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쓸 수도 없고, 받을 일도 없다 보니 아쉬운 마음에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는데,

이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자, 재미다.


누군가 정말 보고 싶으면, 그 친구에게도 매일매일 편지를 쓰고

택배와 함께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곤 한다.

받는 친구가 행복해하면 나 또한 너무 행복해진다.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한 단계씩 성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엄마를 사랑한다 말해주고, 엄마 글 쓰는 거 방해하지 않는다면서

혼자 놀아주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지만,

엄마의 꿈을 응원해 주는 딸이 있어서 세상 든든해진다.

엄마도 사람인데, 조금은 이기적이 되어도 괜찮겠지,

괜스레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질 만큼,

아이가 일찍 철든 것 같아서 미안한 엄마의 마음이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아이가 심심하지 않게 친구를 불러서 Playdate도

자주 시켜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는 알아줄까?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아이를 낳길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보면서,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그냥 "엄마"로만 살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은 나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려고 하지만,

아이도 언젠간 자기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하니,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꿈이 있고, 꿈을 좇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