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 마찰.
오빠와 나는 분명 전생에 악연이었음에 틀림없다. 서로 성격이 정반대여서 불화와 마찰이 심했다.
어려서부터 오빠는 내가 창피하다고 했다. 친구들 앞에서도 나를 식모 부리듯 이것저것 시켜댔고, 거절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내 머리통을 내리치거나 자신의 말에 거역한다며 괴롭히기 일쑤였다. 오빠와의 마찰에서 나를 지켜준 건, 엄마도 아빠도 아닌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이미 나이가 지긋하고 쇠약하셨지만, 나를 오빠에게서 많이 지켜주셨다. 오빠가 나에게 화가 나 씩씩대며 다가오면, 할머니는 나를 감싸 안고 오빠에게 소리쳤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오빠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 아무 이유도 없는데 툭툭 건드리곤 했다. 같이 재미나게 놀다가도, 갑자기 나를 방에다가 가두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면 문을 쾅 닫아버리곤 불을 끄곤 했다. 자지러지게 우는 내가 놀리는 재미가 있다며, 장난은 더욱 심해졌고 나에겐 상처만 가득 쌓여갔다. 오빠에 대한 분노, 미움, 억울함. 그러니, 나도 오빠에게 좋은 말이 나갈 리 없었다. 오빠가 나에게 뭐라고 한 마디만 해도 분노가 올라와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며 지지 않으려 대들었다. 그럴 때마다, 상황은 더욱 악화가 되었고 결국 치고받고 싸우고 울고 난리 부르스가 났다. 당연히 나는 오빠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결국, 오빠와의 싸움에서 난 늘 완패했다.
오빠의 주변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늘 오빠는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놀곤 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조용히 내가 할 일을 했다. 나는 워낙 혼자 잘 놀았던 아이여서 방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밖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가끔, 오빠는 나를 불러 물 좀 갖고 와라. 라면 좀 끓여 와라 명령조로 말하곤 했다. 나는 단칼에 거절하고 방으로 들어오면 오빠는 또 득달같이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친구들이 있어도 나에게 함부로 말하고 대했다. 자신의 말에 거역하기라도 하면, 금방 주먹이 올라올 정도로 나에겐 가혹했다. 투덜거리면서도 난 오빠에게 맞을까 무서워 라면을 끓여주고, 물을 떠다주며 불안 속에 살았다. 엄마한테 얘기해도 엄마의 반응은 좀 해주면 어때서 그러냐며 오히려 오빠 편을 들었고, 억울한 마음에 아빠에게 일러바쳤다. 아빠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오빠가 아빠에게 불려 가 혼이 나서 나오면, 나는 그게 그렇게 꼬수웠다. 그땐, 상황이 더 악화될 거란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오빠가 아빠한테 혼나면, 어김없이 나에게 복수가 시작되었다. 오빠는 더 악랄하게 나를 괴롭혔다. 밖에서 스트레스받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나에게 주먹이 날아오곤 했다. 가뜩이나 밖에서도 힘든 나에게, 집 안에서까지 이런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오빠가 나에게 그렇게 행동을 하니, 오빠의 친구들까지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며 대했다.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나에겐 힘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빠한테 이르는 게 전부였다.
가족에게서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이 세상에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을 제일 먼저 알아버린 나는, 모든 말들과 행동들이 나를 비꼬는 것처럼 들렸고 이상하게 꼬여만 갔다. 더 주눅 들어 살아가기 싫어 발악해도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매일 눈물바람이었다. 말도 버벅대기 시작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니, 나는 나를 매일 자책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세상도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았다. 그때, 늘 내가 했던 생각은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구나.'였다.
가끔 글을 쓰다가 이런 질문을 보곤 한다. 자문자답 일기장 같은 곳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나의 대답은,
"아니 절대. 나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괴로웠던 시간들이었기에 절대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였다.
재미로, 사주를 본 적이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나왔던 말이 "부모, 형제 복 없이 홀로 자수성가할 팔자네."
신이 크게 될 사람에겐 시련과 상처를 많이 주신다는데, 나는 크게 될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하다 싶을 정도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 애틋하고 가엽고 기특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랑해 주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