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리다.

by 코리안키위 제인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 관심받고 싶어 했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싶은 애였다. 하지만, 내 주변엔 친구가 없었다.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두 명 정도가 전부였다.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주변에서는,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네." 하며 비웃었다. 그래도 한두 명의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든든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하지만, 같은 반 친구는 아니었기에 반에서는 늘 나는 외톨이었다.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인지, 눈물이 많았고 친구들이 놀리면 뿌엥- 눈물부터 흘렸던 아이였다. 부당한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얘기하지 못했고, 그냥 가만히 있는데, 나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애들에게 똑같이 쓰레기를 던지지도 못했고, 집에 가는 길에도 놀림대상이 되었음에도 고개만 푹 숙이고 묵묵히 집으로 걸어가던 나에게 학교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창살 없는 감옥이 이런 기분이 구나하는 걸 너무 어릴 때 알아버린 나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그래서, 나는 비관적인 아이로 자라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든 간에, 안 될 것이라는 생각부터가 이미 답으로 정해놓고 하니 능률이 오르지도 않았고, 의지도 열정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기 정도에 불과했던 나의 삶이었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의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좀 활력을 되찾았고 한동안은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가방 안에 있던 교환일기장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없어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책상서랍이며, 다 뒤져서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웃으며 나를 불렀고 그 아이 손에 들려 있던 교환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얼른 일어나, 달라고 했지만 그 친구와 다른 친구들은 이미 그 일기장 내용들을 보고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모든 학생들의 눈이 나를 향했고, 그 눈빛들은 차갑게 식어 싸늘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갈가리 찢기는 일기장들을 보고 나는 좌절했다. 왜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냐고 소리쳐 화내지도 못하는 바보. 조그만 말에도 상처받아 뿌엥하고 눈물부터 터져버리는 울보.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하는 나 자신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찢어진 일기장들을 주워 책상으로 가져와 고개를 푹 숙이고 비난의 말들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누군가 때리거나 표시가 나게 괴롭혔으면, 어른들에게 가서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건 정신적인 폭력의 수준이었다. 나는 늘, 그 언어폭력의 중심 안에 있던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늘 자신감 부족이고, 자존감도 굉장히 낮은 아이였다. 교실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조용한 아이. 그렇게 나는 생기가 없는 무미건조한 아이로 지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도저히, 난 버틸 수가 없었고 큰 결심을 하게 된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났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까,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고, 나는 A4용지 가득 빼곡하게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의 이름과 어떤 식으로 괴롭힘을 당했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걷다가 나를 붙잡는 친구에게 아무 말 없이 종이를 건네고 무작정 학교 밖으로 나가버렸다. 학교밖으로 나가버린 후, 학교는 완전히 발칵 뒤집어졌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비상상황임을 인지했고, 학교 밖으로 나간 나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고 했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고 있구나, 나는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구나 싶은 마음에 나는 사라져야겠다, 완전히- 하며,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옥상문이 잠겨있어 계단에 한참 동안 앉아있다가, 울다가 멍했다가. 그러다 옥상과 15층 사이의 창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내 발걸음은 창문으로 향했고, 그저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죽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용기는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A4용지 가득 적혀 있는 가해 학생들과 그의 부모들에게 즉각적으로 연락이 갔고, 나 또한 엄마에게 연락이 갔다. 엄마는 너무 놀라 학교에 와서 선생님과의 면담 후, 바로 나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그 길. 엄마와 나는 엉엉 오열하며 울었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그렇게 오열하며 펑펑 우는 걸 보았다. 늘 강했던 엄마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