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랑의 힘!

한 명쯤은 내 편.

by 코리안키위 제인

집에서는 막내로 태어나 오빠와 싸우면 맨날 지고, 울고 불고 하는 나를 지켜준 건 할머니였다.

엄마와 아빠는 맞벌이를 하셔서 바쁘셨고, 할머니가 계셨기에 나는 어느 정도는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할머니 옆에 딱 달라붙어 있으면, 오빠는 나를 덜 건드렸고 그게 마음이 편한 걸 알게 된 나는, 할머니한테 매미처럼 딱 달라붙어 미주알고주알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하니, 나의 마음은 나도 모르게 치유가 되기 시작했는지,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한 명쯤은 내 편이 있다는 게 마음이 그냥 든든해졌다. 남들이 나를 비웃거나, 비난할 때 주눅은 들었지만, 그 또한 익숙해지니 마음은 불편했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구나를 알게 되었다.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상상 속에 빠져 글을 쓰고, 혼자 하굣길에 컵볶이를 사 먹으며 집으로 걸어가고의 무한반복이었지만 그럭저럭 괜찮게 지냈다. 하도 말을 하지 않아서 입 안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였지만, 집에 가면 할머니한테 미주알고주알 오늘 하루 어땠는지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마음은 사르르 녹았다. 심심하면 상상 속에 있던 생각을 글로 풀어쓰기 시작하니,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보니, 몇 권의 공책에 빼곡하게 내가 쓴 소설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뿌듯하기보다는, 그냥 쓰는 행위가 나는 좋았다.


H.O.T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팬픽이란 것이 탄생하자마자 나는 내가 쓴 소설들의 이름을 바꿨고 자연스럽게 팬픽을 쓰게 되었다. 그때, 다른 반에 있던 내 친구가 우리 반으로 종종 놀러 와 내 글을 읽으며 너무 재미있다고 말해주니, 그때부터 나의 글쓰기 사랑은 찐이 될 수 있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던 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며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순간, 뭔가 의욕이 불타올랐다. 그게 여기저기 소문을 탔고, 하나둘씩 나에게 다가와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나를 유령취급하고 비난했던 아이들이 나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글은 입소문을 탔고, 그나마 학교 생활을 조금은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조금은 얼떨떨하긴 했지만, 다시 나 자신이 빛나기 시작한 순간이 오니,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 나를 사로잡았다. 인생은 희로애락이라더니, 나의 유년시절은 참, 어렵고 힘들고 고단했던 시간이었다. 비우면 채워진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닌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유년시절엔 몰랐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학교를 입학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분당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외할머니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할머니와는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들었던 나의 할머니는 큰아빠 댁으로 거처를 옮기셨고, 엄마아빠는 이민계획을 세워놓으셨기에, 잠시 외할머니댁에 머무르면서 준비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