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덕에 눈이 즐거웠다.
새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 나는 설렘과 긴장감으로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에, 배정된 반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너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그래도 밝게 웃어 보이며 괜찮다를 수십 번을 속으로 외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며 깔깔대던 친구들의 눈이 일제히 나를 향했고, 나는 수줍어하며 우물쭈물거리다가 반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내 뒤를 이어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새로 온 전학생이니 잘 지내라며 인사를 시켜주셨다. 나도 그에 힘입어 당당하게 웃으며 반갑다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며 인사를 했다. 빈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내 짝꿍은 남학생이었고, 여자아이들에게 꽤 인기가 많은 애였다. 이렇게 인기 많은 애가 왜 혼자 앉아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인원수가 맞지 않아 혼자 앉게 되었다는 것. 나의 눈 호강에 참 좋았다. 옆 짝꿍은 진짜 쌍꺼풀 없는 눈이었는데 매력적으로 잘 생긴 얼굴이었다. 말은 섞진 않았지만, 왜 여학생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늘 그 애의 책상엔 여자애들이 준 편지며, 선물이며 가득했고, 어쩌다 내 책상으로 넘어오기까지 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그 애의 짝꿍이라는 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른 반 여자아이들도 나에게 전달해 달라며 편지며 과자며 선물들을 가득 주었으니까. 몇 번 전달해 주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혹시 자리를 바꾸지 않을래?라고 물어봤고, 그 친구는 흔쾌히 수락했다.
여느 친구들이 학교 생활을 하듯, 나도 하루하루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며 지냈다. 친구들도 꽤 많아졌고, 함께 도시락을 까먹으며 일상적인 얘기들을 하는 게 너무 좋았다. 하굣길에는, 떡볶이를 사 먹고, 쇼핑을 하고 오락실을 가며 재미나게 지내는 그 일상들이 나에겐 무척이나 소중하고 귀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이 될 무렵, 친구들과 함께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갔고, 인기 많은 내 짝꿍이었던 그 애를 보았다. 확실히 다른 애들보다 먼저 눈에 띄긴 했다. 남자애가 뭐 그렇게 깔끔한지. 무심한데, 또 웃으면 너무 귀엽고 많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얼굴은 어찌나 뽀얗던지. 빛에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설마, 나 지금 짝사랑 중이니? 혼자 아주 난리 부르스를 떨었더랬지.
짝을 괜히 바꿨나 싶을 정도로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다시 짝을 바꾸자 할 용기는 없었다. 그 애와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빨리 뛰었고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니 안심은 되었다. 그 애는 여자친구가 수시로 바뀌었다. 누구랑 사귄다더라, 한 달 정도 후엔, 헤어졌다더라. 등등 그 애의 소문이 들려왔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애의 여자친구가 될 리도 없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눈 호강을 제대로 하는 중이니 말이다. 나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 몇몇도 짝사랑에 푹 빠져 온통 그 애 얘기뿐이었고, 그중 한 명은 의미모를 웃음을 지었다. 참, 어려서부터 눈치가 빨랐던 건지, 나는 그런 소소한 표정들이 눈에 잘 띄곤 했다. 그래서 은근슬쩍 물어보니, 며칠 전에 고백을 해서, 사귀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비밀이니까, 나에게 너만 알고 있으라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나를 사로잡았다.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속으로 나는 빌었던 것 같다.
'얼른 헤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둘은 오래가지 못했고, 금방 헤어졌으니까.
나와 같이 다른 여자애들도 분명 시기질투를 많이 했을 테니까.
나는 그 애에게 고백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반이 되어, 눈 호강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그렇게, 나의 짝사랑은 꽤 오래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