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는지.
사춘기가 일찍 온 친구들은 순둥순둥하다가 갑자기 무섭게 돌변하곤 했다. 건드리면 폭발할 것처럼. 내가 보기에도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불같이 화를 내고 누군가를 몰아붙이거나, 아예 입을 꾹 닫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사람을 위아래로 훑듯이 쳐다보거나, 무안하게 빤히 쳐다보거나. 갑자기 자칭 일진이라고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길에 침을 찍찍 뱉어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별의별 행동들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 사춘기라는 병이 나에게 오기 전까진, 나도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피했다.
사춘기가 오더라도, 난 저렇게 변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는데, 웬걸? 나도 슬슬 감정기복이 심해지면서 세상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누군가를 때리고 싶고, 욕하고 싶고 뭔가를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혼란스러워졌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땐, 마냥 즐거웠다. 세상에 친구가 전부였고, 이 우정들이 영원할 줄 알았던 막무가내였던 시절. 싸우면, 울고불고 세상이 무너진 듯이 굴었고, 다시 화해하고 웃으며 깔깔깔.
집에만 오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누워있거나,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하며 철학적인 질문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심각한 사람이 된 것처럼 굴었다. 엄마의 모든 말들이 잔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점점 더 엄마와 말 섞는 것조차 싫어하며 모든 고민 상담을 친구들과 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잠구었다. 내가 하는 말들을 거부당할 때면, 자존심이 상했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세상을 원망하고 심지어 나를 원망했다.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나 자신을.
얼른 어른이 되어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내 마음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잡힐 줄 알았던 나의 사춘기 시절엔, 학생이라는 본분을 지키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글 속으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글을 쓰고 있노라면 아주 잠깐동안은 행복한 상상 속에 빠져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답답한 일상 속에서 나의 탈출구를 찾아 도망치기 바빴다.
그 당시에 내가 제일 많이 했던 고민은, 공부는 해서 뭐 하나, 이게 맞는 걸까? 왜 나는 잘나지 못한 걸까?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였다. 결국, 그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진 못했지만,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