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둘 곳이 필요해.

지독한 사춘기의 늪

by 코리안키위 제인

주변에 아무리 친구들이 많아도, 사는 게 지옥 같았던 순간을 꼽자면, 당연 사춘기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공부를 왜 하는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고, 창살 없는 감옥 같은 학교에서 아침부터 여러 가지의 수업들을 들으며 이건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다 쓸모없는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공부 따윈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아주 편하게 내려놓았다. 이유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내가 이걸 열심히 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니까.


성적표로 공부 못하는 애, 잘하는 애로 나뉜다는 것은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감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공부 당연히 못하는 애로 낙인찍히겠지. 그런 마음은 그땐 알지 못했다. 그저, 선생님이 너무 미웠고, 야속하기만 했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나보단 잘하는 것 같고, 운동도 잘하는 것 같아 자꾸 나와 비교가 되었고, 나는 왜 이렇게 못하는 게 많을까? 내가 잘하는 건 왜 없을까? 에만 집중이 되어 있었다. 계속해서 남과 비교를 하며,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던 것이다.


친구들과 비밀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마음 둘 곳이 없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유일하게 내가 마음을 둘 곳이 할머니였지만, 전학을 오고 난 후, 할머니도 없으니, 내가 의지할 곳이 없어져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것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어서, 빈 공책에다가 날짜를 적고,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진솔한 이야기들을 쏟아내는 일기는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는 표정도 물건도 잘 못 숨기는 편이었다. 그냥 책상 위에만 있지 않으면 아무도 볼 일 없겠지 싶은 안일한 마음에 첫 번째 서랍장에 일기장을 두고 다녔을 뿐이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일기장을 온 가족이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 에이, 설마. 아니겠지. 했던 내 믿음은 산산조각처럼 부서져버렸다. 엄마는, 나의 일기장을 내가 학교에 간 사이에 보고선, 티 내지 않는다 했지만, 평소와는 다른 날 선 말투에 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 일기장을 봤구나. 왜 나는 사생활을 존중받을 수 없을까? 화가 났다. 그래서 일기장을 매일 갖고 다녔고, 학교에서도 누군가 내 일기장을 훔쳐보기라도 할까 봐 조마조마 불안했다. 일기장엔 서슴없이 내 본심을 털어놓는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누군가 보면 안 되는 이야기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은 왜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결국, 터져서는 안 될 내용들이 터져버렸고, 금세 학교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일까?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써 내려갔던 일기장은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