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삶이란 거.
일기장 안에는 내 생각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이해한다고 했으나, 몇몇 친구들은 나를 비웃었다. 그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불안했던 마음은 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지. 모든 일들이 다 꼬여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았지만, 뭔가 그 이상으로 가까워질 수 없다는 걸 직감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참 생각도, 걱정도 많았다. 그저, 심플하게 살자! 이런 마인드로 살 수 없을 만큼.
너무 힘들었던 건, 누가 날 싫어하는지 다 느끼고 있다는 것이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많이 웃었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게 나를 깊이 찌르며 상처를 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면서 말이다. 공부는 날이 갈수록 더욱 어려워졌고, 공부 쪽은 아니구나 스스로 결정한 것도 나는 얼른 내 진로를 정하고 그것에만 매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을 해봤다.
장래희망엔, 아나운서, 선생님 등 그 시절, 여학생들이 많이 꿈꾸던 것들을 적곤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 보니 선생님처럼 학생들을 잘 가르칠 능력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 아나운서는 더욱이 나랑 맞지 않았다. 그저 나는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글을 끼적이는 것 외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캐릭터들을 하나씩 만들고, 그 캐릭터들에 몰입하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았고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미 캐릭터 하나를 만들 때마다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다. 그래서 술술 잘 써 내려갔다. 그냥 주제만 던져놓고, 그 글을 쓰라고 하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상상 속에 아무 글이나 자유로이 써봐라 하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재능을 가진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는데,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그 당시엔, 소설이 인기가 많았다. 에세이란 것도 정확하게 어떤 건지도 몰랐을뿐더러, 드라마 대본, 연극대본, 뮤지컬 대본 등 종류가 여러 가지인걸 몰랐으니 줄구장창 소설만 써왔던 나였다. 팬픽은 쓰는 게 즐거웠는데, 막상 소설을 쓰려니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작법서 같은 걸 읽어볼 생각도 못했던 나는, 점점 글 쓰는 게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글짓기 학원에 보내달라고.
엄마는 생뚱맞은 소리 그만하고, 종합학원이나 가라 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재미없는 공부들만 하는 그런 학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글짓기 학원인데, 이 마저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속상했다. 용기 내어 한 말이었는데, 그마저도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괜스레 심통이 나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종합학원에 가서도 공부는 안 하고 친구들에게 수업시간에 쪽지를 보냈다. 그 쪽지가 선생님한테 발각이 되었고, 바로 엄마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학원은 학교보다 더 엄격했다. 친구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환불 처리해 줄 테니 학원을 나가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나는 좋았다. 더는, 학원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음이 더 좋았다.
인생이란 거,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지만, 나는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글을 쓰며 현실을 회피했던 것 같다. 그래야, 숨 좀 쉬며 살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