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뭐라 하든

내 인생은 내가 정해.

by 코리안키위 제인

뉴질랜드로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온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열심히 찾아봤지만, 딱히 흥미로운 걸 정하지 못했다. 투어리스트 공부도 있었고, 호텔 관련, 요리사 등등. 졸업만 하면 취업이 될 수 있는 학과는 많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학과나 드라마를 공부할 수 있는 학과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뉴질랜드에 드라마는 딱 하나뿐이라 드라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좀 관련된 학과는 미디어학과였다. 그럼에도 나는 미디어학과를 진학하지 않았을뿐더러, 어차피 들어갈 수도 없었다. 공부를 워낙 안 했으니 말 다했지. 뭐. 그냥 취업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취업하지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한국에 다시 돌아가 제대로 드라마 공부를 하고 싶었다. 아카데미라도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공부하고 관련된 곳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카데미는 너무나 잘 되어 있었고, 심지어 학과도 존재했다. 너무 가고 싶었다. 한국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부모님의 반대와 금전적인 문제가 겹쳐 일단락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슬프고, 분하고, 억울했다.


남들은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부모님이 제발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해 보라며 지원을 팍팍해주는 것 같은데, 나는 하고 싶은 게 뚜렷하게 있어도 부모님의 지원이 없으니 화가 났다. 부모님의 반대 이유는, 작가는 아무나 하냐는 것. 왜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하느냐는 거였다. 힘들어도 내가 힘들고, 고생해도 내가 고생하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뿐인 인생, 허투루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이 배우고 한 길을 고집해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에도 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무모한 일이라 해도, 내가 드라마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오기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래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 동력이 되었고, 드라마 대본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홀로 독학해서 꼭 보여주겠노라 다짐하던 순간이었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여주면 더는 비난하거나 반대하진 않겠지. 홀로, 한 분야를 독학하기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쓰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막연하지만,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나의 검색창엔 드라마 작법서, 드라마 대본은 어떻게 쓰는 것인가? 가득했다.


그렇게 한 두 해가 지나갔고, 주변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었다. 좋은 소식 있냐고.

좋은 소식이 있을 리가 없지, 공모전에 이제 막 넣기 시작했는데. 웃으며, 곧 생기겠지. 대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말 녹록지 않음을 그때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았다. 나는, 글엔 영 소질이 없는 건가? 다른 걸 찾아봐야 하나 수없이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의 나는 다르게 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만약 포기했다면 인생이 너무 무료하고 재미없었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인생은 내가 정한다는 말을 나에게 늘 해주며 아무도 응원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나도, 드라마작가가 되어 재미있는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 그냥 무시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