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 전 나는 3년 반정도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했다. 직업이 ’사서‘라고 소개하면 흔히들 도서관 대출/반납대에서 일하는 사서의 단편적인 모습만 생각하고 ‘일 편하게 하셔서 좋겠네요, 완전 꿀잡이잖아요!’라며 무지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사서라면 항상 ‘이용자 중심‘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지 않던가. 일단 저 말을 듣는 순간 불쾌하지만 쓸데없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무지한 건지, 무식한 건지, 무례한 건지에 따라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게 사서가 왜 꿀잡이 아닌지 1인 사서(교사)의 역할과 고충을 친절하게 혹은 까칠하게 설명을 해본다.
비슷한 질문을 수도 없이 들어 ‘네~ 그럼 그 꿀잡 직접 해보실래요?‘라고 유쾌하게 받아칠 수 있는 사회생활 경력이 생겼을 때, 나는 미국 대학도서관 동아시아도서관에 사서가 아닌 직원으로 취업을 했다. 당시 내가 맡은 업무는 한중일 연속간행물 관리와 한국어자료 목록/정리로 한국의 사서 업무와 동일하고, 때로는 한국에서의 사서 업무보다 더 전문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대학도서관의 직위와 직무 체계가 한국의 직급이나 사서 자격제도와 달라서 실제로 업무는 같거나 비슷하지만 나는 엄밀히 미국에서 사서가 아니다. 나는 내 직업에 딱 들어맞게 ‘사서’를 대체할 한국말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난 미국에 온 후로 두루뭉술하게 ‘도서관에서 일해요’라고 내 소개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사서 경력과 현 업무 특성상 주변인들이 나를 미국 도서관 ‘사서’라고 당연하게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도서관 조직개편으로 직책이 바뀌어 예전보다 더 사서스러운 일을 하고 있지만 난 여전히 사서가 아니다. 사서인 듯 사서 같은 사서 아닌 나, 도서관 직원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직장 생활 애환이 있는지 미국 도비(圖婢 도서관노비의 준말)의 직장생활 에피소드를 하나씩 소개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