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한별 Jul 26. 2020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내가 있다

심리적방어기제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   

  

 살다보면 사소한 일 때문에 감정이 폭발하거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고통스럽고 파괴적인 마음속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거나, 자신은 타인을 꿰뚫어본다고 자신하면서도 정작 누군가 자신을 꿰뚤어 보듯 말하면 발끈하는 경험을 한번쯤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감정이나 모습이 우리의 전부라고 믿지만, 진짜의 감정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이것은 의식하지 못할뿐더러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떠한 감정이나 욕구를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가령 수치심, 시기와 질투, 참을 수 없는 분노 같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파괴적인 감정이나 욕구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무의식의 감정을 억누르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것을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한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이나 욕구 등을 의식에서 몰아내고 고통을 줄여주지만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상대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무신경함에 분노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진실이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별 의미 없이 한 사소한 말에 발끈한다거나 누군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면? 혹은 고통스러울 만큼 수치심을 느낀다거나 시기심과 질투심 때문에 상대를 무너뜨리고 싶다거나 하는 등의 감정을 느낀다면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불편한 감정을 느껴도 쉽게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 괜찮다 여기며 억누르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쉽게 말하지 못했다. 스스로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우월감과 타인에게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억압할 줄 아는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합리화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해서 상대방이 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는 상대에게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대신 자신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은밀하고 간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잘 협조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거나 툴툴거리거나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자신이 이런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분노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억압했다.      


 심리적 방어기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을 비집고 나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인간관계에서 영역을 나타낸다. 결국은 고통을 피하고 싶은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기제도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단단하게 고착되면 오히려 처세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우리가 원하는 충만한 삶과는 반대의 삶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원활한 인간관계를 통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불건강하고 단단하게 굳어진 방어기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무의식적인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대면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억지로 억압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 않았는지 고민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남의 시선이 지나치게 신경 쓰인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