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다르기에 당연히 생각도 다르다
“말이 안 통하는 상사 때문에 힘들어요.”
“우리 남편은 왜 그렇게 밖에 말하지 못할까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 때문에 힘들어요.”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한 인간으로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고, 다양한 관계와 소통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집단 혹은 관계 속에서 소통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고통을 억지로 참기도 하면서.
말이 안 통하는 상사와 후배, 내 맘 같지 않은 남편과 아내, 늘 토라지는 친구와 연인, 항상 태클을 거는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불통을 경험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다. 인간에게 있어 관계와 소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자 논리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와 소통은 늘 벽에 부딪히고 다치고 넘어지는 일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계와 소통을 배우기도 하지만 어긋난 관계로 고통받기도 한다.
우리는 왜 평생을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N극과 N극이 절대 만날 수 없는 것처럼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한점으로 만나는 것이 힘들까?
“돈 많이 벌어. 돈이 전부야 전부.”
“글쎄요. 저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얼마나 날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어. 너가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은 돈이 있기에 가능한 거야.”
“돈으로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이 있다고 반드시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사업으로 큰 돈을 버셨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그 돈이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걸 몸소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돈은 적당히 벌어서 얼마나 잘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돈이 없어서 라면 하나를 쪼개서 삼일 동안 먹고 그랬어. 그래서 돈이 없으면 너무 불안해.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해.”
돈에 관해 지인들이 나누던 대화다.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돈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은 각자 다르다. 이것은 각자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의 말이 맞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분명 내가 하는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상대의 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들도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도덕적 관념이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각자의 경험에 비춰 더 현명한 선택을 할 뿐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내 마음 같지 않은 상대의 말이나 행동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생긴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면 상대를 이해하는데도 어려움이 줄어든다.
다 그럴만한 이유나 사정이 있다
“약속 시간이 몇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오고 뭐하는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오겠지.”
“아우. 다들 약속 시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걔는 왜 약속을 이렇게 쉽게 생각 하는거야? 이해를 못하겠다 정말.”
“늦어서 미안해. 오는 길에 일이 좀 생겨서.”
“너만 일 있고, 너만 약속 안지켜도 되는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켜야지”
“미안하다고 하잖아. 다음부터는 안 늦을게 미안해. 근데 너는 꼭 말을 그렇게 못되게 해야해?”
“내가 틀린말 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 하나만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뭐가 그렇게 당당한데?”
“내가 당당하다고 했어? 미안하다고 하잖아. 나도 사정이 있었다고!”
“그러니까 너만 사정있냐고! 우리도 다 사정있는 사람들이야!”
“됐어. 그래 내가 잘못했다. 나는 약속도 못 지키는 못된X야. 너네끼리 놀아. 방해해서 미안하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한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자 일찍 온 한 친구가 상한 감정을 가감없이 마구 쏟아냈다. 그러자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는 처음에는 사과를 하며 본인도 사정이 있다했지만 이를 수용해주지 않는 친구에게 화가 나 결국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사실 약속에 늦은 친구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지하철을 타기 전 급한 업무 연락을 받게 됐고, 그것을 해결하고 오느라 아주 조금 늦었다. 일부러 늦은 것이 아니었기에 사정을 이야기 하면 친구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친구가 불같이 화를 내니 마음이 상해 친구와 한동안 관계가 소원해 졌다.
‘이해하자고 하면 이해 못할 것이 없고, 이해하지 않으려 들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우리의 관계는 상대에게 그럴만한 이유나 사정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 훨씬 쉽고 수월해진다. 상대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이유가 있겠지, 사정이 있겠지.’라고 여긴다면 상처받을 일도, 싸울 일도, 관계가 틀어질 일도 줄어든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나 또한 피치못할 사정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본의아니게 피해를 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상대가 나의 사정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어떤 행동이나 말에는 이유나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주는 지혜가 우리의 관계나 소통에서 매우 필요하다.
개인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꿈, 가족, 사랑, 돈, 건강, 친구, 공부, 일, 여행, 맛있는 음식. 이 중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이 외에도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들이 있다. 그것은 한 개인의 한 평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혼은 현실이야. 남자는 무조건 재력이 있어야 해.”
“아니야. 무엇보다 마음 착한 것이 최고야.”
“무슨 소리야. 건강한 신체를 가져야 함께 오래 살 수 있어.”
“나는 어떤 비전과 어떤 직업이냐가 가장 중요해.”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화 중 주로 거론되는 화제는 단연 ‘결혼 상대자의 조건’이다. 평생을 함께 살 동반자이기에 결혼 상대가 갖췄으면 하는 각자의 바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과연 이들의 대화 중 정답은 무엇일까? 결혼 상대자의 조건으로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살아온 환경, 보고 들은 것 등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부모님을 보고 자라 재력이 가장 중요한 조건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건강을 잃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인생의 핵심 가치가 몸과 마음의 건강이기에 상대의 조건 또한 건강일 수도 있다.
가치관은 자신을 포함한 어떤 집단, 대상, 사물, 세상 등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나 관점 등을 말한다. 가치관은 인간으로 태어나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배우고, 습득하며 채워지고 만들어지는 것이며 각자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정립된다. 각자의 가치관은 도덕적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모두 존중되어져야 한다. 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 것이 아닌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해 줄 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