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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한별 Aug 22. 2020

왜 다들 나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일까?

비슷한 패턴의 관계로 고통받고 있다면


비슷한 패턴의 관계로 고통받고 있다면



 왜 자꾸만 인간관계에 지쳐가는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인지 답답하게만 느껴진다면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간다. 관계가 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생인데 관계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일생이 고달플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진상들이 많은지 모르겠어. 매번 너무 고통스러워. 왜 다들 나만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왜 인경아? 무슨일이야?”

 “아니 손님들은 왜 나한테만 불만인거야?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게 잘만 일하는데 나는 왜 매번 이런 진상만 만나는 거야.”

 “인경아 나도 종종 비슷한 일을 겪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너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너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 내려놔 봐.”

 “아니, 얼마나 더 내려놔야 되는 거야? 나도 노력 할만큼 했어!”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호텔 중식당에서 근무할 때다. 함께 일하던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늘 손님들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손님들이 자신에게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자신을 괴롭힌다고 믿었다. 왜 매번 자신한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에게만 그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나 또한 가끔이지만 불만 가득한 손님들을 응대하기도 했고, 속상함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에게만 그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모두 내 마음 같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고통받기도 한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자꾸 반복된다면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비슷한 패턴의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면 나의 대응방식이 매번 같은 패턴이었을 가능성을 엿볼 필요가 있다. ‘왜 나한테만 진상들이 오는 걸까?’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대하는 나의 소통 방식이 어떤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진상들이 나에게만 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기보다는 그들을 대하는 나의 방식의 패턴이 늘 일관적인 탓에 상대의 반응이 늘 한결같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의 태도나 말투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나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전에 나를 먼저 이해해야 관계가 변한다     



 “담이야 요즘은 어떻게 지냈어?”

 “말도 마. 남자 친구 때문에 열받아 죽겠어.”

 “왜? 어떤 점이 그렇게 너를 열받게 만들었어?”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 마치 나를 조종하고 통제하려 드는 것 같아.”

 “예를 들면 어떤 말을 하는데?”

 “쇼핑을 할 때도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자꾸 본인 스타일의 옷을 권하거나, 어울린다며 입어보라고 해. 나는 그런 남자 친구를 보면 나를 조종하려 드는 것 같아 너무 기분 나빠.”

 “너 지난번 남자 친구도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잖아.”

 “맞아! 왜 다들 나를 조종하려 드는거야. 나는 자유롭고 싶다고!”     


 서로 삶이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종종 만나면 매번 다이내믹한 연애사를 들려주는 나의 절친 담이와의 대화다. 담이는 예쁘고 인기가 많아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담이는  종종 연애 상담을 신청해 오곤 하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현재 만나는 남자 친구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하는 연애 상담이 시작됐다. 담이는 남자 친구가 자신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담이는 남자 친구를 사랑하지만 그런 부분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그런 행동이나 말을 삼가 달라고 요청도 해보고 그가 왜 그러는지 이해해보려고 부던히 노력했다고 한다. 남자 친구는 담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며 나름의 변을 해보았지만 담이의 머리는 이해를 하지만 여전히 영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결국 담이의 나름의 노력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남자 친구는 자신을 조종하는 것 같고 그런 그를 보며 담이는 계속해서 불편한 마음을 쌓아가고 있었다.      


 담이의 지난 연애를 다시 훑어 생각해보면 현재 남자 친구에 갖는 비슷한 감정을 지난 남자 친구들에게도 종종 가지곤 했다. 담이도 나름대로 그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그런 말과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애썼다. 하지만 비슷한 불만으로 늘 헤어짐을 선택해야 했다.      


 우리는 관계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불평을 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상황, 감정, 신념 등을 이해하고 인정하려 노력해보기도 하고, 상대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계가 힘들고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많다. 담이의 연애 패턴처럼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변화가 없다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이전에 나의 내면을 이해하는 노력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      


 담이의 남자 친구들이 죄다 담이를 조종하고 통제하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담이는 특정한 어떤 말이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면의 어떤 불편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 속에서 꺼내지 못하는 어떠한 고통이나 불편한 감정들을 갖고 산다. 상대방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내면에 숨어있는 어떤 고통이나 불편한 감정을 자극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가 나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그것이 왜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순서다. 


 담이의 일화처럼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다면 나의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 볼 필요성을 인식하면 좋겠다. 상대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상황을 종종 경험하고 그것이 나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한번 생각을 깊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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