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l reckoning
어떤 작품이든 작품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작품이란 곧 그가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태어나는 만큼 관객 입장에서 볼 때 아주 사소한 것이라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조차 제작자의 의도가 담겨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중에서 일부는 작가에겐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반영되는 것들도 있다. 비록 무심코 붓을 한번 놀린 것일지라도 하나의 물결로 해변을 훔치는 파도처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의 예술가적 영감이 무르익고 숙성되는 창고가 있는 법이고, 그것이 작가에게는 호흡처럼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예술적 영감이 있기도 하다.
톰 크루즈 주연의 스릴 넘치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첫 작품이 1996년에 등장했을 때 전 세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정말로 강렬했었다. 액션, 연기력, 줄거리에 대한 몰입감 그리고 음악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기에 충분했었다.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상징하는 그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에 미션 임파서블이 차지한 비중은 적지 않을 것이다. 비록 레인맨과 탑건의 몫도 굉장히 크다는 점은 빠트릴 수 없긴 해도 그의 대중 이미지는 임파서블을 찍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길게 이어진 시리즈 영화였다.
그런 그가 이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을 내놓았다. 영화의 제목마저도 최후의 심판이다.
톰 크루즈의 입장에서 애착이 많았던 영화였는지 마지막 작품인 만큼 기념비적인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느꼈던 모양이었다. 영화의 분위기가 다른 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음악부터 상당히 다르다.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면 항상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밤 밤 밤, 트럼펫의 강렬한 단음으로 시작하는 대표 곡은 처음과 끝을 장식하기는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대신에 그 빈자리를 매우 장엄하고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초반 1시간 동안에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사건이 느릿느릿 진행되다 보니 집중력을 흩트리게 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사건의 진척은 느리지만 대사는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뜨면 몇 장면을 놓칠 정도로 졸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당시 나의 전반적인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던 이유도 있다.
만일 음악은 무겁게 가져가는 반면에 화면은 상대적으로 밝고 화창하게 잡았다면 관객들은 이런 묘한 이질감에 불안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초반 1시간 동안 영화의 주 무대는 야심한 밤이면서도 지하터널과 같은 어두운 공간이 주를 이룬다.
전편과 다르게 전반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가려고 했던 시도는 분명 마지막 작품에 대한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의도였을 것이다. 마지막 작품에 어떤 의미를 특별히 부여하는 일이란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
모든 끝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처음부터 끝이 잘 보이는 사물은 투명한 유리 말고는 없다.
잘 보이지 않던 끝이 어느새 눈앞에 와 있는 순간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정비하고 의미를 새기며 그 깃발을 높이 장엄하게 걸어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진중한 자세를 관객에게도 불어넣기 위한 장치로서 지하터널과 같은 어두컴컴한 배경에서 무겁게 흐르는 음악으로 마음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참고로 마블의 영화를 볼 때 작품 간의 연관성을 찾는 재미가 있는 것처럼, 마지막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첫 작품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고 즐거운 추억을 꺼내게 해줬다.)
이러한 취지로 극 중에서는 아주 중요한 대사가 나온다.
"인간의 삶은 단 하나의 행위로 규정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총체적인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영화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배우의 활약상이긴 해도, 그는 언제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수많은 위험을 무릅썼으며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위협을 기지가 넘치는 순발력으로 버텨내 위기를 모면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탄력 있는 재치로 문제를 해결해 왔었다. 그야말로 여덟 편의 작품에서 그의 활약상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정의" 또는 "희생"일 것이다.
그가 펼쳐온 모든 활약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정의와 희생이었지만, 그의 주 무대는 음지였다.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위험을 무릅쓴 에단 헌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 몇 명 되지도 않는다.
그런 그는 팀원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이런 말로 남겨주었다.
"우리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음지에서 살다가 음지에서 죽는다."
그 대사는 그저 영화의 세계에서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출근을 하기 위해 먹는 음식들의 식자재를 만들어서 우리의 식탁까지 가져다준 사람들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즉 우리의 현실적인 삶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효율적인 분업화를 통해 각 자가 필요로 하는 필수품들을 공급받을 수 있는, 그러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일상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떤 직업도 귀천을 갖지 않는다.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의 한 축인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리즈마다 창의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씬을 관객들에게 하나의 큰 재미로 선사해 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했던 장면을 두 가지로 준비해 주었다. 높은 하늘에서의 아찔한 공중곡예와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서 벌어진 필사적인 탐색과 탈출이었다.
그중에서도 잠수함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다. 깊은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쓸 수가 없다.
그러한 소리의 공백을 감독은 역시 무거운 음악으로 매웠다. 그 음악 덕분에 관객은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무겁게 깔리는 음악과 함께 몰입감에 빠져 틈 크루즈를 응원하느라 숨죽이고 있었다.
비행기 두 대에 매달려 펼친 공중곡예 장면도 강렬한 아찔함을 선사해 주기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이러한 액션 씬을 소화해 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모호해지는 액션 씬에 더불어 감독은 현실에 대한 충고를 슬며시 집어넣었다. 감독이 하나의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현실을 향해 남기는 충고라는 장치로 작동했다.
그래서 나는 이 인물이 등장한 뒤로 현실감이 떨어지게 되어 집중력이 살짝 떨어지기도 했다. 그 인물이란 바로 흑인 여성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이었던 해리스는 2025년 또 하나의 최초라는 기록을 쓸 뻔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가 트럼프 당선으로 끝난 원인으로 딱 한기지를 뽑는다면, 바로 해리스가 여자였다는 점을 뽑곤 한다. 미국 언론에서도 대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딱 한 군데의 언론사에서만 이 사실을 부각했을 정도로 기분 나쁜 원인이기도 했다.
미국처럼 진보된 사회에서도 아직 정치권에서 여자 대통령이라는 개념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의외로 보수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보수적인 측면은 사회 각계각층에 널리 퍼지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수성은 언제나 피해의식을 동반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보수의 목소리가 커지는 곳에서는 맹목적인 자기 보호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설정된 미국 흑인 여자 대통령은 참모진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았고 올바른 선택을 해내고 만다. 일촉즉발의 핵전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포격을 주장했던 참모진들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묵살하고 에단 헌트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나 혼자 살자고 얼굴도 모로는 수십억 명을 대상으로 미사일을 쏘기보다는 얼굴도 모르는 수십억 명을 위해 음지에서 활동하는 에단 헌트를 믿고 기다렸다. 그 결과 믿음에 부응한 에단 헌트의 활약 덕분에 전 세계의 위기는 사그라들었고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현실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 자격을 주지 않았지만, 영화에서는 흑인 여성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내릴 만큼 한 나라를 이끌어갈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더구나 관세전쟁을 선포하면서 전 세계를 불안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과 얼마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해 온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대작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서 나에게도 기념적인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