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정부과제는 공고를 찾는 것부터가 전략이다.

기술의 확장성을 고민하면 기회가 보인다

by 우주문과

우주 기업이라고 우주 공고만 보면 안 된다

과제를 수주하려면 공고를 찾아야 하는데, 당연히 우주 관련 공고만 보면 되는 줄 알았다.

'우리는 우주 기업이니까 우주 관련 공고만 보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한동안은 우주 키워드가 들어간 공고만 주로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우리 기술이 꼭 '우주' 공고에만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부처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우리 회사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이 어느 부처의 기술개발 로드맵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우주 관련 기업이라고 해서 우주항공청의 과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처에서도 관련된 기술이 반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성 통신 기술은 과기정통부의 '차세대 통신 인프라' 과제로도 나올 수 있고, 산업부의 '통신 산업 육성' 과제로도 나올 수 있다.

위성 영상 분석 기술은 국토교통부의 '국토 모니터링' 과제나 환경부의 '환경 관측' 과제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지금은 연초에 각 부처 통합설명회 자료를 모아서 비교한다.

어느 부처에서 우리 기술과 관련된 예산을 배정했는지, 어떤 키워드가 반복되는지 체크한다.


기술의 확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메인 핵심 기술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이 탄소복합재 제작 기술이라면, 액체수소 탱크 관련 기술이나 항공부품 개발 쪽으로도 확장시킬 수 있다.

기술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면, 공고를 찾는 범위도 그만큼 넓어진다.


공고문을 찾는 경로

공고문은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온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또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가 가장 기본이다. 정부 R&D 과제 공고가 통합적으로 올라오는 곳이다. 부처별로 필터링할 수도 있고, 키워드 검색도 가능하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NTIS와 IRIS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NTIS와 IRIS가 구축되기 전에는 부처별로 사업공고를 개별로 확인해야 했다.)

부처별 홈페이지도 직접 확인한다. 과기정통부, 산업부, 중기부 등 각 부처 홈페이지에도 공고가 올라온다. NTIS보다 빠르게 올라오는 경우도 있어서, 중요한 부처는 직접 체크한다.

전담기관 홈페이지도 놓치면 안 된다. IITP, KARI, KAIA, KIAT 등 전담기관 홈페이지에는 공고뿐만 아니라 설명회 자료나 FAQ도 함께 올라온다.

이메일 알림도 유용하다. NTIS나 전담기관에서 키워드를 등록하면 관련 공고가 뜰 때 이메일로 알림을 보내준다.


공고문을 분석해야 한다

공고를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공고문을 자세히 뜯어보고 분석해야 한다.

공고문에는 요건, 관련 규정, 사업의 목적, 배경, 유의사항이 모두 명시되어 있기에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처음에는 공고문을 쭉 읽고 '아, 이런 과제구나' 정도만 파악했다.

하지만 공고문을 제대로 분석해야 Go/Stop을 결정할 수 있다.

공고문 한 줄 한 줄을 읽으면서, 이 과제가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제안서를 써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특히 중요한 건, 같은 부처의 사업이라도 과제 운영 규정 적용 유무에 따라 과제의 방향성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과제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적용받고, 어떤 과제는 부처 또는 기관 자체 규정을 추가로 적용한다.

규정이 다르면 예산 집행 방식, 정산 절차, 참여 제한 요건도 달라진다.

이걸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나중에 과제 수행 중에 문제가 생긴다.


공고문에서 읽어야 할 것들

공고문을 분석할 때 내가 집중해서 보는 부분은 이렇다.

사업 목적과 배경부터 본다. 이 과제가 왜 필요한지, 정부가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해야 제안서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과업 범위를 꼼꼼히 본다.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나온다. 필수 과업과 권장 과업을 구분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 판단한다.

신청 자격 및 제한 사항을 확인한다. 기업 규모, 업력, 참여 이력 등 제한 요건을 확인한다. 여기서 걸리면 아예 참여할 수 없으니 제일 먼저 체크한다.

적용 규정을 본다. 어떤 규정을 따르는지, 예산 집행이나 정산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한다.

평가 기준을 본다. 제안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가 나온다. 배점이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제안서를 구성해야 한다.

유의사항도 놓치면 안 된다. 작은 글씨로 쓰여 있지만, 중요한 내용이 많다. '이런 경우 감점' 같은 내용도 여기 있다.

사업 일정을 파악하여 제안서 제출 및 발표까지의 기초 플랜을 잡아둔다.


공고문 분석이 수주의 시작이다

지금은 공고가 뜨면 바로 출력해서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읽는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메모하고, 엔지니어 또는 팀원들과 공유할 내용은 정리해 둔다.

이걸 제대로 하고 나면, 나중에 제안서를 쓸 때 방향이 명확해진다.

"이 과제는 기술 개발보다 실증에 배점이 높으니까, 실증 계획을 구체적으로 써야겠네."

"이 과제는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니까, 협력기관을 먼저 섭외해야겠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공고문은 단순한 안내문이 아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을 담은 설계도고, 우리가 따라가야 할 지도다.

부처별 로드맵을 파악하고, 기술의 확장성을 고민하고, 공고문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

그게 정부과제 수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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