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부과제 컨소시엄 구성,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협력기관을 찾고 역할을 나누는 법

by 우주문과

혼자서는 안 되는 과제들

공고문을 분석하다 보면 이런 문구를 자주 본다.

"본 과제는 컨소시엄 구성을 권장합니다."

"주관기관과 참여기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가 기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왜 다른 기관이 필요하지?'

하지만 과제를 몇 번 해보니 알게 됐다.

정부과제는 대부분 한 회사가 혼자서 다 하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과제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과제의 성격에 따라 단독 수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규모가 작거나, 특정 기술 하나만 개발하면 되는 과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있는 과제의 경우, 대부분 총괄과제 + N개의 세부과제 형태로 구성된다.

그리고 산/학/연 컨소시엄을 기본으로 요구한다.

산업체(기업), 학계(대학), 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공고문을 보면 이런 식으로 나온다.

"총괄과제 1개, 세부과제 3개로 구성"

"산업체 주관, 대학 및 연구소 참여 필수"

이럴 때는 컨소시엄 구성이 필수다.


우리 회사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제안하는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먼저 정해야 한다.

총괄 주관이 될 수도 있고, 세부 주관이 될 수도 있고,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이건 단순히 우리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사업공고에서 요구하는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컨소시엄 업체들과 논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고문에서 위성 본체 개발이 핵심이라면, 위성 본체 기술을 가진 회사가 총괄 주관을 맡는 게 유리하다.

우리 회사가 통신 페이로드만 개발한다면, 세부 주관이나 참여기관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

반대로 우리가 시스템 통합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면, 총괄 주관을 맡을 수도 있다.

이 판단을 사내에서 먼저 하고, 컨소시엄 후보 기관들과 사전 논의를 시작한다.


협력기관을 어떻게 찾는가

컨소시엄 구성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누구와 할 것인가'였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어디서 협력기관을 찾지? 아는 회사도 없는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기존 네트워크 활용이 가장 먼저다. 이전에 함께 과제를 했거나, 세미나나 학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 회사나 연구소. 서로 기술과 역량을 알고 있으니 협력하기 편하다.

부처 통합설명회에 가면 비슷한 분야의 회사들이 모인다. 그때 명함을 받아두고, 나중에 필요할 때 연락한다.

NTIS에서 기존 과제 참여 이력을 검색할 수도 있다. 과거 비슷한 과제에 어떤 기관들이 참여했는지 찾아보고, 기술 역량을 확인한 뒤 컨택한다.


컨소시엄 구성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협력기관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컨소시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과제 전체를 봤을 때 스토리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이 의미를 잘 몰랐다.

'기술 좋은 회사들 모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제안서를 쓰다 보니 알게 됐다.

심사위원이 보는 건 단순히 '좋은 기관들이 모였는가'가 아니라, '이 기관들이 왜 함께해야 하는가', '이 구성이 과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적인가'였다.

예를 들어, 위성 개발 과제라면 이런 스토리가 필요하다.

"A사는 위성 본체 설계 경험이 있고, B연구소는 핵심 탑재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C대학은 관련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세 기관이 협력하면 기술 개발부터 인력 양성까지 전 과정을 아우를 수 있다."

이렇게 각 기관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연구과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다

컨소시엄의 스토리를 만들려면, 먼저 연구과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전체 과제 목표가 무엇인지, 각 세부과제가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컨소시엄 구성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처음에는 목표를 대충 정했다.

'공고문에 나온 대로 쓰면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쓴 제안서는 심사위원 눈에 논리가 없어 보인다.

지금은 컨소시엄 기관들과 회의를 여러 번 하면서 목표를 구체화한다.

"총괄과제는 ○○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세부 1은 △△ 기술 개발, 세부 2는 □□ 실증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각 목표가 전체 과제 목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까지 함께 정한다.


과업 범위가 목표를 뒷받침해야 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다음은 컨소시엄별 과업 범위를 나누는 작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과업 범위가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업이 중복되거나, 빠진 부분이 있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하면 스토리가 무너진다.

"A사는 시스템 설계와 통합을 담당하고, B연구소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C대학은 성능 검증을 담당한다."

이렇게 각 기관의 역할이 명확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한 기관이 주도하는 과업과 여러 기관이 협력하는 과업도 구분해서 정리한다.

그래야 심사위원이 봤을 때 "이 컨소시엄은 잘 짜여 있구나"라고 느낀다.


예산이 논리를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예산 배분이 컨소시엄의 논리를 완성한다.

예산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게 아니다.

각 기관의 과업 비중, 난이도, 투입 인력을 반영한 결과여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민감하다.

제안서 제출 직전까지도 예산이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과업이 이 정도인데, 예산이 너무 적지 않나요?"

"이 기관은 예산을 많이 가져가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적은 것 같은데요?"

이런 조율을 거쳐서 최종 예산을 정한다.

중요한 건, 예산 배분이 과업 범위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업은 적은데 예산이 많으면, 심사위원이 "이상하다"라고 느낀다.

반대로 과업은 많은데 예산이 적으면, "이 기관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목표-과업-예산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다

제안서 평가 시 심사위원이 보는 건 결국 전체 스토리다.

연구과제 목표가 명확하고, 컨소시엄별 과업 범위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절하고, 예산이 과업에 맞게 배분되어 있는가.

이 세 가지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이걸 몰랐다.

목표는 거창하게 쓰고, 과업 범위는 기관별로 대충 나누고, 예산은 균등하게 배분했다.

당연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지금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놓고 보면서 조율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 과업이 필요하고, 이 과업을 하려면 이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 그래서 A사는 이 역할을, B연구소는 저 역할을 맡는 게 최적이다."

이렇게 논리가 연결되도록 제안서를 구성한다.


컨소시엄은 하나의 이야기다

컨소시엄 구성은 단순히 '누구와 함께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왜 이 기관들이 함께해야 하는가', '이 구성이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인가'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진 기관들이 모여도, 스토리와 논리가 없으면 심사위원을 설득할 수 없다.

반대로 목표-과업-예산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이 컨소시엄은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준다.

사업공고의 핵심 기술을 파악하고, 우리 회사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정하고, 협력기관과 함께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 즉, 컨소시엄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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