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칼로 불베기

by 장발그놈

칼로 불베기


말이, 부딪힌다.

숨이, 찢긴다.

공기가 뜨겁다.


칼날이

물이 아니라

불을 가른다.


다시, 또다시.

계속해서 갈라서

칼날은 더 뜨겁게 달궈진다.


끝났는데도

손끝에 남아있다.

말끝에,

그리고 눈 속에.


식혀야 한다.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

서로의 열기를 식히고,

손끝의 떨림이 멎기를 기다린다.


김이 빠지듯,

소리가 가라앉듯...


잘 식히면

강철.


못 식히면

강.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싸움이 아예 없다는 건, 간섭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이야기니까.

사소한 의견에도 언성이 높아지는 건, 부부니까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요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간의 인신공격은 금물.

‘상황’에 대해 싸워야지, ‘상대’와 싸워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시간 여행도 금지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의 문제에 집중하고,

지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싸우는 건 얼마든지 해도 좋다.


다만, 싸움이 끝난 뒤 서로를 다독일 여지를 남겨두자.

그 여지가, 두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서로간의 다독임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 갑자기 부러져 버릴지 모른다.

그 땐, 다시 붙이기가 너무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