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다.
손에 쥔 방패가 튼튼하다고,
창쯤은 손쉽게 막아낼 수 있으리라고.
그러나 창은 이음새를 부수고
틈을 찾아 파고들어왔다.
끝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했다고 여겼다.
가족을 지킬 방패, 나를 지킬 방패.
“이 정도면 되겠지”
자기만족으로 만든 방패였다.
그 방패는 언제나 쉽게 깨졌다.
더 크고 단단한 방패를 만들 생각은 왜 못했을까?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더 나은 방패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더 좋은 방패를 가진다해도
결국 부수는 창은 언제든 나타난다.
강화는 절대적인 해결이 아니다.
방패란 결국 수동의 상징이었다.
막아내는 일은 곧 기다리는 일,
창을 들어야 할까?
그러기엔 부족함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다른 길을 택했다.
타협의 방패 안에
비수와 단창을 숨겨 두는 것.
방어적일지라도
언제든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준비를 한다.
방패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다.
내 안에서 숨 쉬는,
조용히 떄를 기다리는 반격의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