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 브런치 스토리에 글 쓴다고 했었지? 지금 구독자 얼마 돼?”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 달이 넘었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분은 쉰 명 남짓.
그래도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해야 했다.
“음... 한 50명 정도? 많진 않아.”
내 대답에 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근데 아빠 보면 항상 뭐가 쓰고 있잖아? 노트북으로도 쓰고, 핸드폰으로도 쓰고... 난 솔직히 천 명쯤 되는 줄 알았어.”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빠가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잖니. 단 한 번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글쓰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단다.”
아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럼 왜 아빠는 잘 하지도 못하고, 재미있지도 않은데 계속 써? 좀 이상해...”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반복했을 뿐인데, 아들의 입에서 나오니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들, 아빠는 잘 쓰지 못해도 마음속에 쏟아내고 싶은 생각이 많단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시선,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힘들어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들. 아빠는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글로 증명하고 싶은 거야.”
그러자 아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래도 아빠 글을 보는 사람들은 너무 적잖아. 그 사람들 때문에 아빠가 힘들게 글을 쓸 필요는 없지 않아? 차라리 책을 내면 되잖아. 나는 아빠가 힘들어 보여.”
평소 조용한 아들이라 더욱 뜻밖의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내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들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우리 아들은 아빠가 몇 명 안 되는 독자 때문에 힘들게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말이야, 그분들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백 명, 천 명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니?
아빠는 작은 숫자라 해도, 약속을 지키고 싶단다.
쉽지 않았지만 아빠는 단 한 번도 발행일을 어긴 적이 없어.
글을 읽는 분들이 적더라도, 발행일에 맞춰 쓰는 건 아빠 스스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거든.
독자와의 약속이자, 아빠 자신과의 약속이니까.
생각해봐. 아빠가 스스로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너에게 ‘약속은 지켜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말이 안 되잖니?
그래서 아빠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는 거란다.”
아들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짧은 대답을 남기고 아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숨을 내쉬었다. 질문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나는 브런치에서 무엇을 이루었고,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처음 심사에서 탈락했을 때는 많이 실망했지만, 오기가 생겨 더 읽고 썼다.
마침내 승인을 받았을 때, 나는 내 생각을 내놓을 수 있는 터전을 얻었다.
본업이 있음에도 무리해 매주 여덟 편을 연재했고, 단 한 번도 발행일을 놓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화려한 글솜씨가 아니라, 꾸준함과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음 꿈을 꾼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싶다.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내 글이 작은 위로와 생각거리가 되길 바란다.
언젠가는 내 글이 책으로 묶여 한 사람의 손에 닿는 순간을 이루고 싶다.
아들의 말처럼 독자는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소수의 독자분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한 편 한 편 써 내려가는 지금,
나는 조금씩이나마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