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D-14: 퇴사를 앞두니 보이는 것들
어제 드디어 퇴사를 공표했습니다. 오늘, 퇴사 단 2주 전이 되었네요.
모두에게 공표했으니 다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얼떨떨합니다.
4월 지나면, 9년여 동안 매년 꼬박꼬박 한 달도 거르지 않고
25일마다 받았던 월급이 입금될 일은 없습니다.
앞으로 최소 2년은 백수일 것이니, 저의 신한은행 입출금통지 알림도 25일마다 울지 않겠네요.
퇴사한다니 아쉽지만 와 정말 부럽다, 직장 동료들은 그런 반응이지만 저 또한 퇴사 당사자가 아닐 때는 그랬지만 퇴사를 2주 남기고 나니 거대한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습니다.
퇴사를 앞두고 제가 직면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9년 차에 기혼, 그리고 30대. 아마 나중에 제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직업의 방향을 튼다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채용 시장을 보며 절감하고 있습니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위대합니다. 당신은 아마도 많은 경우에, 정말 불합리한 처우를 당해 나가는 퇴사가 아니고서는 퇴사를 하는 그 순간 생각보다 더 회사를, 또는 동료들을, 또는 이 직업을, 그리고 이 환경을 사랑했구나라고 깨달을지 모릅니다.
누군가가 청소해 주고, 휴지통을 갈아주고, 커피머신이 정돈되어 있는 깨끗한 사무환경.
청소 노동자 분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가? 싶습니다. 구태여 커리어나 연봉, 복지 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당신은 사무실에서 늘 쾌적한 환경 속에 일해왔을 확률이 큽니다.
퇴사는 생각보다 더 큰 용기이며, 저처럼 다음 직업이 없는 퇴사는 더 큰 불안감과 상실감이 닥칠 수 있다는 걸 2주 남긴 지금에야 비로소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이 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물밀듯이 드네요. 어쩌면 대입이나 취업에 있어서는 멘토도 취업 사이트도 많았지만 퇴사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퇴사 실록처럼 매일매일을, 퇴사 전부터 후까지 기록물로서 남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