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는 제2의 고객
앞선 글(https://brunch.co.kr/@jangbogo/44)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듯이 사업개발자는 '영업'도 담당한다.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과의 유대 관계를 쌓는 외부 영업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의 '내부 영업'도 사업개발자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기존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속한 사업팀만의 역량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다.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해주는 개발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한 인재를 찾아줄 인사팀의 도움도 필요하며 체결한 계약서에 문제가 없는지 법무팀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사업개발자는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고객 의견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실제 IT 사업개발 과정에서 사업팀과 개발팀 사이에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 현재 회사도 그렇고 이전에 근무했던 모든 IT 회사에서 영업, 마케팅팀과 개발팀 간의 갈등을 자주 목격했다. 사업팀(혹은 영업, 마케팅팀)의 요구사항과 개발팀의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개발자 입장에선 당연히 고객의 요구사항과 우리가 추구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요구하면 개발팀에서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주면 좋겠지만 개발팀에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억지로 우길 수는 없다. 따라서 사업개발자는 고객과 개발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잘해야 한다.
사실 나도 아직 사내 영업을 잘하진 못하지만 선배들이 사내 영업(?)하는 것을 겉으로 보고 배운 내용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사내 영업 잘하는 방법 ① : 늘 겸손하기
사내 영업을 잘하기 위해선 늘 겸손해야 한다. 사업개발팀은 고객에게도 을이고 회사 내부에서도 을이라고 느껴지는 서글픈 운명을 가진 직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가 원하는,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 다른 부서의 담당자가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후배이거나 혹은 같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굴지 말고 늘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첫 번째다. 다른 팀의 직원들도 늘 우리의 고객이라고 생각하자.
사내 영업 잘하는 방법 ② : 근거 없이 밀어붙이지 않기
다른 팀에서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는 데는 대부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같은 사업팀이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물론 자신이 직감하기에 반드시 필요하니까 그럴지도 모르고 그게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팀'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정말 반드시 어떤 것이 구현돼야 한다면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다른 팀의 협조를 요청하고 설득해야 한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재무팀 담당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가 개발자고, 재무팀 담당자라면 다른 팀에서 요청한 내용이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인데 제대로 처리해주고 싶을까?
사내 영업 잘하는 방법 ③ :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 알려주기
앞서 말한 2번과 비슷한 내용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명확히 이해하고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그려질 때 더 집중하고 잘 해낼 수 있다. 내가 완벽히 이해되지 않거나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한다면 그 일을 잘 끝낼 수 있을까? 따라서 어떤 일을 타 부서에 요청할 때 사소한 일이라도 간단하게라도 이 일이 어떤 일이고, 왜 해야 하는 일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려준다면 타 부서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사내 영업 잘하는 방법 ④ : 사내에서 유대관계 잘 만들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요청 내용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일을 더 잘 도와주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모든 사람과 다 친하게 지낼 순 없지만 자주 마주칠 부서의 담당자와 친하게 지낸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친하게 지낼 수 없다면 적어도 절대 적이 되진 말자. 서비스 론칭에 성공했거나, 매출이 잘 나와서 포상을 받는 일이 있다면 도와준 유관 부서 담당자들도 꼭 챙기고 감사의 인사를 해보자.
타 부서의 회사 동료들은 사업팀에게는 제2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설득하고 좋은 관계를 유대하여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타 부서 담당자를 잘 설득하고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해서 사업팀이 원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도록 그들의 협조를 이끌어낸다. 사업개발자는 정말 을 of 을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목표하는 일을 성취했을 때의 기쁨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고 회사에서도 가장 빛날 수 있는 직무라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 혼자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새로운 서비스 탄생과 운영은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는 걸 늘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