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사실 둘째 고모부한테 아무런 추억도, 정도 없을 만큼 나에겐 타인이었고 그래서 그의 부고 소식이 그렇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았어. 하지만 어제 고모와의 통화 이후 그분에 대해 짧은 추억을 회상했어. 어릴 적 그분의 저택에 가서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나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타인'을 위한 기도를 했어. 나는 주님께 기도를 드린 게 아닌, 만트라를 통해 그분을 위해 기도를 했어. 죽은 자를 위한 진언, 광명진언이라고 해.
‘옴 아모 가바이로차나 마하 무드라 마니 파드마 삼바바 차뜨마 훔’
지난여름 엄마의 안 좋은 소식을 듣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주님께
"주님 제발 저를 죽여주시고, 불쌍한 엄마 도와주세요." 그런 요청도 드렸지만, 뭐 알다시피 그런 일은 없었어. 기도의 방향이 잘 못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모. 점점 나이가 드니 나보다는 가족 그리고 타인을 위한 마음이 커지고 있더라. 이건 착한 척 하기보다는 진심이야. 그리고 만에 하나 나의 가족이 새롭게 생긴다면 그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
결국 내가 말하는 것은 이타심과 타인에 대한 애정인 것 같아. 그런 것들이 생기더라고.
아무쪼록 어제 고모가 얘기했다시피, 잘 돼서 혹은 내가 편안할 때 찾아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상황이 좋아도 나고, 안 좋아도 나라는 존재는 실체하니깐. 다 핑계였던 것 같아. 고모 덕분에 작은 깨달음을 느껴. 앞으로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가족들한테 보여줄게.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속엔 고모의 사랑이 가장 크게 자리 잡혀있어. 존재해 줘서 고마워. 사랑해.
2021년 12월
가족들의 품안에서 돌아가신
고모부님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