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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Dec 17. 2023

결혼· 여름


어떤 글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가난, 폐결핵,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감행한 결혼과 파국, 다시 폐결핵, 실패 그러나 여름, 태양, 입맞춤, 섹스, 숨이 머질듯한 압생트 향.

그의 삶의 배경이 되었던 아랍의 진한 커피인 까흐와와 바게트 빵과 적포도주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문화가 뒤섞인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알제리, 알제, 티파사, 오랑에서 이십 대에 느꼈던 사색과 마흔이 넘은 나이에 다시 돌아온 그곳에서 느낀 사유와 성찰. 책을 읽은 후 (지중해의 양식도 포함) 알제리 기행을 마음속으로 준비한다. 

그의 글에서 평생의 스승이자 친구인 앙드레 지드와 장 그르니에의 잔향을 느끼며 감각적이며 관능적인 문체로 단순한 체험을 넘은 성숙된 경험 그리고 예술과 철학까지 마치 1:1.168의 황금 비율로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한다. 

때가 묻은, 단추를 세 개 푼, 흰색 셔츠에 뜨거운 알제의 태양과 마치 올리브 향을 품고 있을듯한 지중해의 바람으로 그을린 피부를 가진 채 압생트 풀밭에 누워 부서지는 파도, 그 위를 가로지르는 갈매기 떼, 모래를 날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삶의 부조리와 모순 그러나 반항에 대한 자신의 페르소나인 뫼르소에 대한 구상을 했을 그를 떠올려본다. 

사는 것이 파멸을 향해 달려나간다고 해도 이 세계 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나가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었다. 단두대에 서 있는 꿈. 길로틴이 목 위로 떨어지기 찰나 나의 마지막 시선은 사형 집행 수의 노랗고 썩은 이, 기쁨과 절망 그리고 호기심이 각각 섞여있는 군중들의 얼굴 그러나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했던 태양 이윽고 떨어지는 칼날 위에서 춤추듯이 굴러떨어지는 나의 목에서 나오는 새빨간 피가 나의 각막을 적셨다. 태양과 함께.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그 잔상들이 마치 에릭 로메르의 영화들처럼 형형색색 예뻤거든. 

여름, 태양, 입맞춤, 섹스, 숨이 머질듯한 압생트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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